▲ 안희정 충남지사·원희룡 제주지사·유승민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 ‘2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스포츠에서 1군과 2군의 차이는 ‘인지도’다. 대중의 관심은 1군에 몰려있지만 사실 실력차는 크지 않다. 2군에서 ‘콜업’된 선수들이 1군을 휘젓는 일이 다반사다.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1년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의 유력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이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다. 이들은 지지율 상위권을 다투며 대선 ‘1군 주자’로서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한편에서 몸을 키우고 있는 2군 주자들로는 안희정 충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꼽힌다. 이들은 각자만의 ‘무기’도 있어 대선 주자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현재 상황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충청 대망론’ ‘협치 전도사’ ‘합리적 보수’… 막후 영향력 강한 3인

안희정 지사와 원희룡 지사의 공통점은 ‘지방정치’다. 대권을 위해서는 탄탄한 지역적 기반이 필요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광역단체장으로서 지역적 기반을 이미 마련하고 있어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안희정 지사는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고 있다. 지역 인구수가 영남·충청·호남 순으로 많음을 일컫는 영·충·호 시대에 충청권이 앞으로의 판세를 쥘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안 지사가 직접 “불펜 투수로서 열심히 몸 만들고 연습하고 몸 푸는 단계”라며 대선 도전 가능성에 불을 지피면서 안 지사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협치의 전도사’로 불리는 원희룡 지사의 무기는 ‘협치’다. 지난 지방선거에 나서면서부터 협치를 공약으로 내세워 현재까지도 도정 운영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다. 원 지사는 협치에 대해 “민간의 참여, 공무원들의 칸막이를 뛰어 넘는 협업, 여야와 시민사회단체, 현장전문가들을 포함해 도민 주도로 도정을 운영하는 것이 협치”라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국면을 맞은 20대 국회의 화두로 떠오른 협치를 이미 실천하고 있다는 긍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유승민 의원은 ‘합리적 보수’로 일컬어진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구에 깃발을 꽂기까지 유 의원의 정치 형편은 쉽지 않았다. 대신 ‘정의로운 보수주의자’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할 말은 한다”는 게 유 의원에 대한 평가다. 야권에서도 유 의원을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사이 중도적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소득이다.

물론 이들의 지지율은 아직 미미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5월 4주차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에서 유승민 의원은 4.5%, 안희정 지사는 4.0%, 원희룡 지사는 2.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선주자 2군으로 불리는 이들은 지지율이 낮더라도 경우에 따라서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이른바 1군 대선주자들과 합종연횡할 경우, 새로운 대선주자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연령대를 고려했을 때 19대 대선을 넘어 20대 대선 도전도 가능하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대선의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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