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중형세단 시장의 5월 성적표에 관심이 집중된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6월 첫날인 오늘, 국내 자동차업체는 일제히 5월 판매실적을 발표했다. 매달 찾아오는 ‘성적표 나오는 날’인 셈이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모두 대체로 만족스러운 5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들어 다소 주춤했던 현대·기아차는 다시 제 궤도를 찾은 모습이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는 신차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요즘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부상한 ‘중형 세단’ 부문이다.

기존의 중형 세단 시장 ‘절대 강자’는 현대 쏘나타였다. 그 뒤는 동생뻘인 기아 K5가 지키고 있었다. 쏘나타와 K5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각각 10만8000여대, 5만8000여대로 2만여대 안팎에 그친 SM5(SM6는 올해 출시)와 말리부를 압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보나마나였던 중형 세단 시장이 치열한 전쟁터로 바뀌었다. 르노삼성이 지난 3월 출시한 SM6, 한국지엠이 지난달 출시한 신형 말리부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유럽에서는 ‘탈리스만’이란 이름으로 데뷔한 SM6는 출시 전부터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생산방식, 가격 등이 모두 정해진 공식 출시 이후에도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기존의 국내 세단 시장이 갖고 있던 ‘기준’을 깨트렸을 뿐 아니라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가장 최근 출시한 신형 말리부 역시 그랜저보다 길이가 길 정도로 넉넉한 실내공간과 날렵한 디자인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중형세단 시장의 왕좌를 지키고 있던 쏘나타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일반적으로 하반기에 출시하는 연식 변경 모델을 지난 4월 일찌감치 투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전쟁터로 변한 중형세단 시장에서 5월 성적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SM6의 경우 물량 공급에 다소 차질을 빚으며 기대에 못 미쳤던 4월을 뒤로하고, ‘초반 돌풍’의 실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신형 말리부는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돼 신차 효과가 100% 반영되긴 어렵지만, 첫 실적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방어전’을 치르는 입장인 쏘나타와 K5는 자존심을 지키느냐 혹은 꺾이느냐가 달려있다.

▲ 쏘나타·SM6·K5·말리부의 최근 3개월 판매량 추이 비교. <시사위크>
◇ 거센 도전 받는 쏘나타, 자존심 지켰다

결과는 어땠을까.

1위는 쏘나타가 지켰다. 쏘나타는 5월 8547대가 팔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월간판매량을 기록했다. 상용차를 제외하고, 국내 판매 1위에 올랐다.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국지엠 스파크(8543대)를 단 4대 차이로 제쳤다. 자존심은 세웠다.

2위는 SM6가 이름을 올렸다. 쏘나타를 넘진 못했지만, 7901대가 팔려 출시 석 달 만에 누적판매 2만대를 거뜬히 넘어섰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공언했던 목표를 이룬 것이다. 쏘나타의 1~4월 월간판매량(LF기준)을 모두 넘어섰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향후 쏘나타의 강력한 경쟁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3위는 K5다. 4516대로 역시 올 들어 가장 좋은 월간판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SM6에게 완전히 뒤쳐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K5는 SM6가 출시된 이후 단 한번도 SM6의 판매량을 넘지 못했다.

4위는 3340대의 말리부다. 신차 효과가 100%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신형 말리부는 지난달 초 사전계약을 실시하고, 중순이 넘어서야 본격 출고되기 시작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3340대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말리부의 지난 4월 판매량은 991대, 지난해 5월 판매량도 1241대에 그친 바 있다. 사전계약 8일 만에 1만대, 총 3주 만에 1만5000대를 돌파했기에 6월엔 더욱 인상적인 판매량이 예상된다.

5월 중형세단 시장의 성적표를 종합해보면, 쏘나타와 SM6의 치열한 2파전이 두드러진다. 짧은 판매기간에도 상당한 판매고를 올린 신형 말리부의 돌풍 역시 심상찮다. K5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중형 세단 시장에서 밀려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중형세단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올 여름이 깊어질수록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각 브랜드의 자존심이 걸린 중형세단 전쟁에서 누가 웃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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