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림산업이 임금체불, 노동자 사망 등으로 협력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사위크DB>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구의역 스크린도어·남양주 지하철 공사 사고로 산업현장의 하도급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는 가운데, 대림산업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임금체불, 노동자 사망 등 현장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 원·하청 책임 떠넘기기…고통받는 노동자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김한기 대림산업 대표이사는 피소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하청업체 노동자가 임금체불을 이유로 진정을 내면서, 검찰이 원청업체인 대림산업 김 대표를 기소하려 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뒤늦게서야 밀린 임금 1800만원을 지급해 김 대표는 법원행을 면할 수 있었다.

6개월 후인 지난 4월 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도 협력업체 ‘한수건설’과 마찰을 빚었다.

2012년 한수건설은 대림산업과 서남하수처리장·하남미사택지·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 2·10공구 등 4개 현장의 공사 계약을 맺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설계 변경이 이뤄졌고, 공기는 늘어졌다. 결국 지난해 대림산업은 협력업체인 한수건설에 공정지연 등의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추가 공사비가 들어간 상황에서 계약이 파기되면서 사정이 어려워진 한수건설은 임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이에 이 업체 노동자 64명은 “6억8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고용노동부는 대림산업과 한수건설 대표 모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같은 결정은 “원청 업체의 귀책사유로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원·하청이 연대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44조에 따른 것이다.

임금체불 문제가 검찰 손으로 넘어가면서 대림산업은 사태 봉합에 나섰다. 대림산업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도의적 차원에서 밀린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우선 지급하고, 구상권을 한수건설 측에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재조명되는 군산 크레인 노동자 사고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대림산업과 협력업체의 ‘불협화음’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는 대림산업 협력업체 노동자 유족들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세간에 알려진 ‘군산 크레인 사고’ 피해자 유족들이다.

지난 5월 14일 경북 군위군에 위치한 상주-영천간 고속도로공사 4공구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크레인 붐대가 부러지면서 바스켓에 타고 있던 김씨와 장씨가 24m 높이에서 추락한 것이다.

현장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사고는, 최근 고용노동부, 군위경찰서 등 관계기관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문제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다. 원인은 ‘불법하도급’에 있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상주-영천 고속도로 4공구는 무려 ‘4차 하도급’까지 둔 사실이 밝혀졌다.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은 ‘써머리건설’에 1차 하청을 줬다. 써머리건설은 다시 ‘현빈개발’에 2차 하청를 줬으며, 이 업체는 ‘대원건설’에 또다시 시설물 제작을 맡겼다. 마지막으로 사망한 2명의 노동자가 구두계약으로 고용됐다.

업계에서는 “안전 관리 책임이 모호해진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써머리건설이 재하도급을 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숨진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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