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이 청와대 초청 오찬에 앞서 35초의 긴(?) 시간 악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관심을 모은 대목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모든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는 점이었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과 ‘35초’의 긴(?) 시간 악수와 담소를 나눈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5초의 악수를 나눴다는 이야기는 민경욱 새누리당 대변인의 입에서 전해졌다. 브리핑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난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악수를) 김명연 의원이 초수를 쟀는데 35초였다. 35초는 꽤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 대변인은 “35초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길었던 것 같다. (다른 의원들은) 10~20여 초다… 저도 35초는 안됐을 것 같다”며 “김정재 의원 같은 경우 인사말을 했으니 한 10초 밖에 못했다. 35초는 꽤 긴 시간”이라며 유 의원에 대한 ‘특별대우’를 강조했다.

물론 민 대변인이 모든 의원들의 악수시간을 초시계로 잰 것도 아니며, ‘35초’라는 것도 어림짐작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를 강조하는 것은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배신의 정치’라며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찍어낸 이후, 두 사람이 애증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정치권 최대 관심사인 것과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이 나눈 대화의 내용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보고 먼저 손을 내밀어 “오랜만에 뵙는다”고 말했고 유 의원은 허리를 숙여 예의를 표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상임위를 물었고, 유 의원은 기재위로 옮겼다고 답하는 등 가벼운 대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관계가 전향적인 모양새를 띄면서,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소설’로 치부됐던 한 시나리오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말기, 유 의원과의 협조로 레임덕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잊혀진 시나리오다. 대립각을 세우며 반대파에 섰던 유 의원을 박 대통령이 품고 아우르면서 레임덕을 무사히 넘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유 의원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도 없지 않다.

실제 유 의원은 정부를 비판함에 있어서 단 한 차례도 박 대통령을 정면 겨냥한 적이 없다. 각부 장관이나 청와대 주요 참모들이 비판의 대상이었다. “보좌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또 유 의원은 선거과정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며 선거캠프에 박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기도 했다.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손을 잡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친박계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강성친박들의 활동에 서청원·이정현·한선교 의원 등은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일부 친박의원들의 탈계파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의원의 ‘복박’은 박근혜 정부의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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