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초의 악수를 나눴다는 이야기는 민경욱 새누리당 대변인의 입에서 전해졌다. 브리핑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난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악수를) 김명연 의원이 초수를 쟀는데 35초였다. 35초는 꽤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 대변인은 “35초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길었던 것 같다. (다른 의원들은) 10~20여 초다… 저도 35초는 안됐을 것 같다”며 “김정재 의원 같은 경우 인사말을 했으니 한 10초 밖에 못했다. 35초는 꽤 긴 시간”이라며 유 의원에 대한 ‘특별대우’를 강조했다.
물론 민 대변인이 모든 의원들의 악수시간을 초시계로 잰 것도 아니며, ‘35초’라는 것도 어림짐작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를 강조하는 것은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배신의 정치’라며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찍어낸 이후, 두 사람이 애증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정치권 최대 관심사인 것과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이 나눈 대화의 내용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보고 먼저 손을 내밀어 “오랜만에 뵙는다”고 말했고 유 의원은 허리를 숙여 예의를 표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상임위를 물었고, 유 의원은 기재위로 옮겼다고 답하는 등 가벼운 대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관계가 전향적인 모양새를 띄면서,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소설’로 치부됐던 한 시나리오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말기, 유 의원과의 협조로 레임덕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잊혀진 시나리오다. 대립각을 세우며 반대파에 섰던 유 의원을 박 대통령이 품고 아우르면서 레임덕을 무사히 넘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유 의원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도 없지 않다.
실제 유 의원은 정부를 비판함에 있어서 단 한 차례도 박 대통령을 정면 겨냥한 적이 없다. 각부 장관이나 청와대 주요 참모들이 비판의 대상이었다. “보좌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또 유 의원은 선거과정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며 선거캠프에 박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기도 했다.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손을 잡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친박계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강성친박들의 활동에 서청원·이정현·한선교 의원 등은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일부 친박의원들의 탈계파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의원의 ‘복박’은 박근혜 정부의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