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5 21:00
[유승찬의 숏컷] 김제동의 용기, 집권당의 비겁
[유승찬의 숏컷] 김제동의 용기, 집권당의 비겁
  • 시사위크
  • 승인 2016.08.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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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시사위크] 얼마 전 청년네트워크 그룹 ‘더 넥스트’가 주최하는 ‘질문 컨퍼런스’ 모임에 발제자 자격으로 다녀왔다. 올해 말까지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이 컨퍼런스의 특징은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과 의제를 수평적 방식으로 탐구한다는 점이다. 즉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형식을 탈피해 평등한 구조에서 대답이 아닌 질문을 찾는 것. 내용을 떠나 방식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기도 한다.

워크숍 성격의 첫 번째 모임에 참여한 20여 명의 참가자들은 더넥스트가 준비한 키워드들을 골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 키워드들은 다양했다. 가령 요즘 한창 화제의 중심에 떠오른 메갈리아, 페미니즘부터 타인의 고통, 라이프스타일 민주주의, 연결, 빅데이터, 새로운 정치 플랫폼까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고민들을 담았다.

이들 가운데 내가 가장 주목한 키워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였다. 이 키워드는 ‘나는 시민인가’를 묻고 있는 듯했다. 일찍이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나는 시민인가>라는 책에서 우리는 아직 ‘국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한탄했다. 저자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비열하고 허술한 사회적 관계망을 보았다. 시민적 공공성의 부재를 들여다보면서 자기 자신을 성찰한 셈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란 시민의식, 시민참여, 시민윤리의 개념을 모두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송인 김제동이 성주 촛불시위 현장을 찾았다. 김제동은 헌법조항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헌법적 가치를 근거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의 투쟁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부의 외부세력, 불순세력 논란에 대해 성주에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이 외부세력이라면 대통령과 국무총리도 외부세력이라고 날을 세웠다. 스타 방송인으로서 김제동이 평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정치인이나 언론인과 달리 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평범한 시민이다. 심지어 그는 커다란 불이익을 감수하는 용기를 보여준 시민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제동의 발언에 대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논평을 발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은 “일부 연예인 등이 직접 성주에 가서 대통령 비방에 열을 올리며 노골적인 선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김제동을 직접 겨냥했다. 종편 등 보수언론은 김제동의 예언대로 특정 부분을 편집해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TV조선은 ‘대통령도 외부 세력… 김제동 사드 발언 논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방영했고 채널A나 MBN도 비슷한 논조의 보도를 내놨다.

김제동의 발언 취지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 외부세력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주민등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있는 주권자들은 누구든지 한반도에 배치되는 무기체계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진짜 외부세력은 무엇이냐. 사드는 주민등록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이 핵심 요지다.

새누리당은 근거를 내놓고 토론을 벌일 용기는 없고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비겁쟁이가 된 지 오래다. 김제동 비판에도 논리적 근거는 없다. 그냥 선동이라고 규정할 뿐이다.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외부세력, 종북논란으로 사드 반대 의제를 뒤덮으려 할 뿐이다. 무엇이 선동이고 무엇이 주장인가. 새누리당은 김제동의 행동을 선동꾼으로 규정하기 이전에 성주 군민과 김제동, 야당이 제기한 합리적 의심과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철학자 앨런 해즐릿은 “만약 민주주의에서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존 롤스도 “(민주주의는) 합리적이지만 양립할 수 없는 포괄적인 주의들이 많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 찬반 논란이 이는 것, 그것도 격렬하게 부딪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다.

김제동의 행동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용기가 시민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핵심 요인임을 자각해야 제도권 정치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벌이는 박근혜 정부의 ‘두 국민 정책’은 시민사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채 개발독재 시절의 프레임에 빠져 있다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외부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