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전 대표는 11일 광주에서 “우리가 ‘광주 민심’ ‘호남 민심’을 많이 말하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비전과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4·13총선 직전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정치 운명을 호남에 내걸기도 했던 그가 이제는 호남 내 이른바 ‘반문 정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더민주의 전국 정당화를 위해서는 호남에만 매여 있어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11일 광주를 찾았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광주 민심’ ‘호남 민심’을 많이 말하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비전과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광주 방문의 취지에 대해서는 “요즘 전국 여러 곳으로 다니고 있다. 많이 다니고 많이 들으려고 한다”고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추석을 앞두고 거제와 통영을 방문하는 등 영호남을 아우르며 대선행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를 두고 문 전 대표가 ‘외연확장’을 위해 호남에만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2일 부산 지역 언론사 간담회에서 “내년 대선에서는 PK(부산·울산·경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18대 대선의 경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문 전 대표는 광주에서 91.97%, 전북에서 86.25%, 전남에서 89.28%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도 패배했다. 총 유권자의 15.8%가 몰려있는 PK 지역에서 낮은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더민주 당내 분위기 역시 호남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추미애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국민 대통합 차원의 예방”이라고 만남 취지를 밝혔지만 논란이 진화되지 않자 일정을 취소했다. 전남의 유일한 더민주 소속 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추 대표가 전 전 대통령을 만난다면 호남에서는 더민주가 호남을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일 있었던 추 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문에서도 ‘호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연설 내용과는 온도차가 있었던 부분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보수 우파를 지향하는 새누리당의 당 대표로서 호남과 화해하고 싶다”며 ‘호남 연대론’을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께서는 ‘호남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했다”며 정부에 대탕평인사를 제안했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총선 이후 8번이나 호남을 방문한 것이 호남 내 ‘반문 정서’를 되돌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대선 행보는 영호남을 오가며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확대해석에는 무리가 있다. 문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직후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고, 고향인 경남 거제를 방문한 후에는 광주를 찾는 등 어느 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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