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사회가 과도한 복리후생비 지출로 빈축을 사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마사회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돈 잔치와 각종 불법 행위, 도덕적 해이로 질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는 여러 관리·감독 기관의 조치를 사실상 ‘무시’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 현명관 회장의 막강 '파워‘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기념품비만 5년에 100억? 딴 세상 사는 마사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마사회가 제출한 경영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 임직원 ‘기념품비’를 100억원 가량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급여성 복리후생비 항목에 해당하는 기념품비로 지난해 15억9934만원을 썼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치를 모두 더하면 95억2841만원에 달한다. 비급여성 복리후생비 항목에 해당하는 행사지원비 및 문화여가비도 각각 5년 동안 4억4779만원, 34억9016만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회는 지난 5년 동안 기념품비ㆍ행사지원비ㆍ문화여가비로 134억9836만원을 쓴 것이다. 1인당 평균연봉이 억대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정서와 더욱 멀게 느껴진다.

김철민 의원은 “최근 국내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 때문에 고민이 많고, 조선업의 경우 최악의 불황으로 대량 실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그런데 공기업은 흥청망청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도를 넘는 수준의 무분별한 기념품비와 행사지원비 등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줄이는 등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사회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김철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비리 등으로 징계를 받은 마사회 직원은 19명이다. 징계사유로는 청소용역업체로부터 상습적인 금품수수,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마사회 문화공감센터 내 식당 이권개입, 경마관련 사고 발생, 금품 상납 등이 있다.

이중엔 지역주민들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반대 여론에 부딪혔던 용산화상경마장 관련 부정행위도 포함돼있다. 마사회 직원이 식당에서 ‘카드깡’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해 ‘찬성 집회’ 주민을 동원한 것이다. 해당 직원들은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더 심각한 것은 마사회의 소극적인 조치다. 금품을 수수한 직원이 면직 조치됐을 뿐, 나머지는 견책, 근신, 감봉, 정직 수준에 그쳤다. ‘카드깡’ 직원도, 상사에게 고급 양주를 선물한 직원도 견책 징계만 받았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감사를 통해 해당 내용을 적발했고,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가 이뤄진 것”이라며 “사법처리를 받게 될 경우, 역시 규정에 따라 추가 징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 현명관 마사회 회장은 친박 핵심 인사다. <뉴시스>
◇ 국무총리도 무시하는 현명관 파워?

국회를 비롯한 여러 관리·감독 기관의 마사회를 향한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마사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행성 산업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마사회는 고액연봉과 과도한 복지 등으로 줄곧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마사회는 용산화상경마장 개장 과정에서 주민들을 무시한 독단적 결정과 각종 불법행위로 큰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결은 물론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의 지시도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 주변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용산화상경마장에 반대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도 마사회는 감사원으로부터 불법 소지가 있는 입장료와 관련해 지적을 받았으나, 개선 없이 영업을 계속하는 중이다.

마사회의 이러한 ‘배짱 행보’는 현명관 회장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명관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측근 모임인 이른바 ‘7인회’ 일원이다. 청와대 인사 때마다 중책을 맡을 후보로 거론되는 등 존재감이 크다. 그런 그가 국회나 정부기관의 각종 지적을 무시한 채, 마사회를 ‘마이웨이’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과 전경련에 몸담은 바 있는 현명관 회장은 마사회 자문위원이나 사회공헌재단 요직에 삼성 및 전경련 출신 인사를 대거 앉혀 놓고 있다. 마사회 전반에 현명관 라인을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현명관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마사회 안팎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그가 재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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