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게임 '아덴'<이츠게임즈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엔씨소프트의 주력 게임 ‘리니지’가 저작권 무단도용 사건에 휘말렸다. 지적재산권(IP)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은 넷마블게임즈의 자회사인 ‘이츠게임즈’다. 신작 ‘아덴’이 리니지와 흡사하다는 지적은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양사의 분쟁이 결국 모회사인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간 불편한 기류로 확산되지는 않을지 업계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흥행보증수표’ 리니지, “저작권을 지켜라”

엔씨소프트의 주력 상품 ‘리니지’는 18년 동안 유저들의 사랑을 받은 ‘효자상품’이다. PC게임계의 ‘신화’라 불릴 정도로 오랜 세월 게임랭킹 상위를 놓치지 않았다. 인기를 증명하듯 올 연말 모바일 버전의 리니지가 2종이나 출시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리니지M’까지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총 3가지 버전의 리니지 IP 게임이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기가 너무 좋았던 탓일까. 최근 리니지가 저작권 도용이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게임 개발사 이츠게임즈의 신작 ‘아덴’이 불명예의 주인공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이츠게임즈 쪽에 지적재산권 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아덴은 이츠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 게임이다. 7월 말 첫 출시된 이후 고작 3개월을 갓 넘긴 신규 기대작이다. 출시 일주일만에 원스토어 매출 1위까지 차지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일부 유저들을 중심으로 게임 속 콘텐츠가 리니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흥행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대표적으로 게임명인 ‘아덴’은 리니지의 게임 배경인 ‘아덴 월드’와 동일하다. 비슷하거나 동일한 아이템명도 발견된다. 리니지의 유명 아이템 ‘진명황의 집행검’에서 한 글자가 빠진 ‘명황의 집행검’이 그 예다. 희귀 아이템인 ‘드래곤슬레이어’와 비슷한 ‘드래곤슬레이어의 검’도 있다. ‘싸울아비 장검’ ‘일본도’ ‘레이피어’ 등 리니지에서 등장하는 각종 아이템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경우도 있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아덴의 일부 내용구성이 리니지와 흡사해 자사 IP보호를 위해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며 “자세한 내용은 소송이 진행 중인 관계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츠게임즈는 억울함을 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제기한 소송에 적극 임할 계획이다. 이츠게임즈 관계자는 “아덴은 PC온라인 MMORPG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것일 뿐”이라며 “리니지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넷마블, 자회사 악재에 ‘골머리’… 동맹 흔들릴까

▲ 지난해 2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왼쪽)와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뉴시스>
문제는 이츠게임즈의 모회사인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와 동맹관계라는 점이다. 양사는 작년 2월 지분을 나눈 이래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파트너사다. 자칫 이번 논란이 양 사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넷마블은 자회사의 법적분쟁에 선을 긋고 나섰다. 넷마블 관계자는 “해당 소송은 엔씨소프트가 이츠게임즈 측에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넷마블이 관여할 입장이 아니고,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전했다.

엔씨소프트는 앞선 8월, 일찌감치 표절 논란을 인지하고 이츠게임즈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이츠게임즈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게임 출시를 강행해 갈등은 격화됐다. 오히려 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10월 초, 이츠게임즈는 표절 논란에 눈을 감고 넷마블과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넷마블은 이츠게임즈의 지분을 50% 이상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넷마블 또한 저작권 침해 논란을 사전에 인지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가속화된다. 넷마블 관계자는“인수하기 전 실사 과정에서 해당 이슈에 대해 언급된 적이 있었다”며 “이츠게임즈 측에서 문제가 없다고 해 인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와 법적분쟁의 조짐이 있음을 알면서도 문제의 게임사를 인수한 셈이다.

이달 안에 ‘리니지2:레볼루션’ 출시를 앞두고 있는 넷마블은, 때 아닌 리니지 표절논란이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와 ‘리니지’ IP 제휴를 맺고 모바일 게임 ‘레볼루션’을 개발해 이달 중으로 시장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같은 리니지 IP 게임을 두고 격돌을 펼쳐야 하는 두 회사는 경쟁사이자 협력사로서의 스탠다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츠게임즈의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CS)를 맡고 있는 넷마블이 이번 소송전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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