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시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에서 열린 ‘K-컬쳐밸리’ 기공식에 참석해 손경식 CJ회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CJ그룹이 추진하는 K-컬처밸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잖아도 사업지 헐값 매입 의혹에 시달리던 이 사업에서 추가 의혹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최측근이 개입된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페이퍼컴퍼니 연루설까지 제기됐다.

◇ 땅주인 경기도 의회도 모르게 추진된 K-컬처밸리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CJ그룹에도 튀었다. CJ 계열사가 사업자로 선정된 K-컬쳐밸리에서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 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경기도의회 ‘K-컬처밸리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달 14일 열리는 회의에서 차씨를 참고인으로 채택해 출석요구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특위 위원장 박용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에서 열린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식에 박근혜 대통령, 손경식 CJ회장, 차은택 씨 등이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K-컬처밸리란 이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문화 정책인 ‘문화창조융합벨트’를 구성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K-컬처밸리를 포함해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등을 엮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 벨트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조성되는 K-컬처밸리는 축구장 46개 면적(30만㎡)에 한류를 테마로 한 공연장, 쇼핑몰, 숙박시설, 상업시설 등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한다.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CJ E&M은 지난해 12월 K-컬처밸리 사업자로 낙점됐다. CJ E&M 컨소시엄은 1조4400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밸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의회가 K-컬처밸리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쉽사리 납득하기 힘든 정황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도의회도 모르게 사업자 선정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29일 K-컬처밸리의 우성협상사업자로 CJ E&M이 선정됐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 경기도 의회는 이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경기도 업무제휴 및 협약에 관한 조례 6조에 따르면 경기도가 업무제휴나 협약을 체결할 때 경기도의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K-컬쳐밸리란 이름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한류마루’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최소 2월 5일 전까지는 말이다. 이날 경기도는 경기도의회에 일산 한류월드 부지에 영상산업단지 등을 짓는 한류마루를 조성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로부터 며칠 뒤 상황이 바뀌었다. 2월 11일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계획이 발표됐다. 이날 벨트를 구성하는 4대 사업 중 하나인 K-컬쳐밸리에  CJ E&M의 단독 참여가 이뤄졌다.

지자체 의회까지 보고됐던 지역의 대형 사업이 불과 6일 만에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K-컬처밸리는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추진한 사업이라 경기도 조차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차은택 씨는 문화창조융합본부 초대 본부장을 지냈다.

◇ CJ “페이퍼컴퍼니 개입설은 근거 없는 의혹”

CJ E&M은 K-컬처밸리 사업 부지를 헐값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5월 20일 경기도와 CJ E&M 컨소시엄은 K-컬처밸리 용지 23만7401㎡를 공시지가(830억원)의 1%인 8억3000만원에 대부 받았다.

대부료율 1%는 외국인투자기업이 받을 수 있는 최저한도다. 외국인투자기업은 자본금의 10% 이상을 외국인이 투자하면 등록이 가능하다. CJ E&M 컨소시엄의 경우 50억원 이상이 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CJ 측은 페이퍼컴퍼니를 끌어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일부 언론을 통해 CJ E&M 컨소시엄에 투자한 싱가포르의 방사완 브라더스(Bangsawan Brothers)는 현지 사무실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회사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 CJ 측은 터무니 없는 의혹이라는 입장이다. CJ E&M 측은 다수의 언론을 통해  “방사완 브라더스는 자산 571억을 보유한 건실한 회사이며 대표는 SC스탠다드 차타드 은행 IB출신인 말레이시아인”이라며 “당연히 실체가 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회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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