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창단조의 사외이사와 감사가 각각 17년, 19년 이상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장비 부품 생산업체 대창단조가 ‘초장수’ 사외이사 및 감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창단조는 최근 몇 년간 외국계 투자기관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목소리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곳이다.

◇ 시대 흐름 역행하는 ‘17년’ 사외이사-‘19년’ 감사

대창단조는 최근 3분기 분기보고서를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대창단조는 1명의 사외이사와 2명의 감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재직기간이 심상치 않다. 김종한 사외이사는 재직기간이 213개월로 명시돼있다. 김태문 상근 감사의 재직기간은 237개월로 더 길다. 이를 연도로 환산하면 김종한 사외이사는 17년 9개월, 김태문 감사는 19년 9개월에 달한다.

대창단조는 박안식 회장과 두 아들인 박권일 사장, 박권욱 부사장 등 오너일가 삼부자가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사외이사와 감사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경영진 및 오너일가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하지만 장기간 재직하다보면 감시 및 견제의 기능이 점차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외이사 및 감사의 재직기간은 10년이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국민연금은 2014년부터 이러한 내용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해 찬반의사를 밝히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독립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9년 이상 연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더욱이 대창단조는 최근까지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에 놓여있었다.

현재 대창단조는 대창중기, 나전금속, 부산금형, 봉림금속, 동창단조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회사, DCF트렉이란 곳이 있다. 오너일가 개인회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DCF트렉은 대창단조보다 높은 계열사 지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전금속 지분이 49.20%, 봉림금속 지분은 46.00%였다. 반면 대창단조의 나전금속 및 봉림금속 지분은 각각 40%에 그쳤다. 또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대창중기와 부산금형의 지분도 DCF트렉이 더 많이 보유 중이었다.

이는 상장사인 대창단조의 기업가치 평가 절하로 이어지는 요인이었다. 만약 대창단조의 계열사 지분이 50%를 넘었다면, 해당 계열사는 대창단조 연결대상 기업으로 편입될 수 있었다. 이 경우 계열사들의 실적이 대창단조 실적에 반영돼 그만큼 기업가치도 높아지게 된다. 즉, 이때까지 대창단조의 행보는 일반 주주의 이익보단 최대주주 오너일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 ‘주주 제안’까지 부른 대창단조, 사외이사-감사도 변할까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4년부터다.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스위스계 투자기관인 NZ알파인에서 먼저 복잡한 지배구조의 개편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나섰고, 케이맨 제도의 스털링그레이스인터내셔널과 노르웨이국부펀드, 국내 KB자산운용 등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비록 박안식 회장 일가의 지분보다 훨씬 적은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목소리 내기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심지어 자신들이 추천한 비상근 감사 선임안도 통과시켰다. 박안식 회장 측 입장에서는 최대주주이긴 해도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았던 탓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대창단조는 꾸준히 계열사 지분을 높여갔고, DCF트렉은 대창중기, 부산금형, 나전금속 등의 지분을 처분한 상태다. 대창단조는 최근 부산금형을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대창단조의 이 같은 사례는 주주들의 목소리를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반영한 사례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외국계 투자기관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우려 섞인 평가가 공존한다.

이와 관련 대창단조 측 관계자는 “복잡한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는 회사 측도 인지하고 있었고,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며 “그런데 2014년 외국계 기관투자자 쪽에서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라고 압박하면서 다소 잡음이 일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특별한 요구가 없는 상황이고, 지배구조 개편은 회사의 계획에 의해 차근차근 진행됐다”고 밝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주들을 대신해 경영진과 오너일가를 견제 및 감시해야할 사외이사와 감사가 그동안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대창단조 김종한 사외이사와 김태문 감사의 임기는 각각 내년 3월과 내후년 3월까지다. 주주의 목소리로 변화를 시작한 대창단조가 ‘초장수’ 사외이사 및 감사에 있어서도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주목된다.

대창단조 관계자는 “사외이사와 감사의 재직기간 문제는 내부적으로도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