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투어가 손해배상 약관을 두고 소비자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하나투어의 ‘입맛대로’ 취소약관이 소비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비자에 잘못 명기된 성명을 체크하지 않는 초보적인 실수에 한 모자는 공항까지 갔다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후 이어진 하나투어와의 손해배상 약관 분쟁에 소비자는 냉가슴만 앓고 있다.

◇ 성명 오류 체크 못하고 고객 돌려보낸 하나투어

18일 초등학생 아들과 공항을 찾은 A씨는 비행기에 탑승도 못한 채 허망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대형 여행사 하나투어의 실수로 인해 공항에서 출국도 못하고 여행이 취소된 것이다. 비자발급 과정에서 ‘성명 오타’라는 초보적인 실수로 두 모자는 공항에 발이 묶여야 했다.

하나투어는 중국 대사관의 잘못을 지적했다. 당시 하나투어 팀장은 A씨와의 통화에서 “이건 엄밀히 따지면 중국정부가 비자를 발급해주는데 그 중국정부에서 실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투어 관계자는 “비자는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는데 그쪽에서 체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입장은 다르다. A씨는 “나는 중국정부와 거래한 것이 아니라 하나투어를 믿고 거래한 것이고, 비자발급비도 하나투어 측에 냈다”며 “중국정부에서 나온 발급비자와 본인들이 가진 고객명단 한번만 비교했어도 이런 아마추어적인 실수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하나투어의 대응방식도 논란을 부추긴다. 하나투어는 당시 공항에서 다른 상품으로의 대체를 요구한 A씨에게 여행지를 추천했다. 그러나 본래 목적한 여행지와 차액이 발생할 경우, 얼마의 요금이 추가되던 이 금액은 전부 추가 지급하라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A씨는 “하나투어가 추천한 대체 여행지는 보라카이였는데, 우리가 가려던 여행지는 중국”이라며 “옷도 전부 겨울옷으로 준비했는데 보라카이를 말하길래 황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확한 차액을 밝히지 않고 다른 상품으로의 대체를 논의하는 여행사의 행태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 선택관광 비용은 “배상 안 해줘?”

A씨가 공항에서 돌아온 후에도 하나투어와의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 A씨가 하나투어에 지불한 금액은 1인 기준으로 30만8250원이다. ▲상품가격 19만9000원 ▲선택관광비 7만4250원 ▲비자발급비 3만5000원이 포함됐다. 2인 총 61만6500원을 지급했다.

하나투어는 여행 당일 여행사의 귀책사유로 여행이 취소될 경우 총 상품가격의 50%를 배상한다. 문제는 배상금 산정 기준에서 ‘선택관광비’는 제외된다는 점이다. 기본 상품가격 19만9000원에서만 배상액 50%를 산정한다. 하나투어는 해당 고객의 사정을 고려해 상품가격 100% 전액에 교통비 등 부대비용 5만원을 더해 총 24만9000원을 보상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국외여행 표준약관 제 15조’에 따르면 여행사는 본인들의 책임으로 ‘여행일정표’를 진행하지 못할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A씨는 “계약 당시 ‘여행일정표’에는 선택 관광도 전부 포함됐고, 금액도 전부 지불했다”며 “정작 취소 배상액에 선택관광비를 배제하면 소비자에게 손해배상 약관은 왜 나눠주냐”고 하소연했다.

하나투어 측은 해당 금액 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선택관광비는 현지에서 업체에 바로 지급해도 되는 금액인데 해당 고객분이 미리 여행사를 통해 선지급 하신 것”이라며 “이 금액까지 기본 상품가격으로 포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비자발급비’도 문제다. 표준약관 제 14조에 따르면 여행사 귀책사유로 필요한 각종 증명서를 취득하지 못할 경우 절차대행 금액 전부 및 그 금액의 100% 상당액을 배상해야 한다. 비자발급비 등 원금의 2배를 보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하나투어는 소비자가 지불한 비자발급비 원금 3만5000원에 대한 보상만을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절차대행 금액이 3만5000원일 경우, 그 원금 100%에 해당하는 보상금까지 총 7만원을 여행사가 물어야 맞다”고 말했다.

A씨는 “약관을 일일이 찾아보면서 하나투어 측에 제대로 된 보상을 문의했으나, 여행사는 소비자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했다”며 “아이가 실망감이 너무 큰데 대기업을 상대로 합의를 진행하면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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