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의원(민주당 전 대표)과 김용익 의원(민주연구원장). <뉴시스>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사고를 쳤다. 민주연구원의 개헌 보고서가 ‘문재인을 위한 보고서’라는 원성 때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내홍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는 3일 ‘민주 개헌저지 문건 친문끼리 돌려봤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민주연구원이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사실상 저지하기 위한 보고서를 당내 일부 친문 인사들에게만 친전 형태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현행 5년 단임제로 대선을 치르자는 입장인 점을 고려할 때, 이 보고서가 ‘문 전 대표를 위한 보고서’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 보도 이후 민주당 내부 반발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당내 또 다른 대권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이날  ‘민주연구원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한다’는 페이스북의 글을 통해 “당의 공식기구인 민주연구원이 벌써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다수의 초선 의원들도 민주연구원의 개헌 관련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성수 의원을 비롯한 초선 의원 20명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몇 가지 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국회 개헌 특위’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정 개헌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다수로 하고 적극적인 개헌론자들은 소수로 구성해야한다는 식의 의견은 개헌 특위 활동을 지지부진하게 만들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당 지도부를 향해 진상 조사 및 관련자 문책, 재발방지 대책 등을 촉구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이 직접 수습에 나섰다. 김용익 원장은 이날 민주당 대변인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편파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용익 원장은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정도, 당시 개헌이 주목을 받는 상황이 아니었다. 앞으로 개헌 문제가 대두될 것이니 지도부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와 배경 등을 모아 보고서를 만들어 드리는 게 좋겠다고 해서 작성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에 따르면 개헌 보고서는 지도부 보고용으로 지난해 12월 30일 배포됐다. 또 보고서는 당대표·원내대표·최고위원과 5명의 대권주자 캠프 관계자들에게 배포됐다. 대권주자 관계자들에게 보고서가 배포된 이유는 경선 전까지 대권주자들을 균등지원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김 원장 해명에도 불구하고 내부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추미애 대표가 직접 나섰다. 추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을뿐더러 저 역시 보도가 나온 후인 오늘에서야 관련 문건의 내용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또 “민주연구원에서 밝힌 것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자기들끼리 돌려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으나, 당의 단합과 신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며 “당 대표로서 그동안 일관되게 경선관리 및 후보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엄격히 준수하고자 노력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문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당 단합을 저해한 행위가 발견될 경우 관련자 문책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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