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1심 판결이 6일 내려진 가운데,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많은 이들을 충격과 분노, 슬픔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첫 법적 ‘단죄’가 내려졌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집단 사망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먼저 사태의 중심에 섰던 옥시(현 옥시레킷벤키저)의 책임자인 신현우 전 대표에겐 징역 7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또 다른 가습기 ‘세퓨’의 제조사 전 대표 역시 같은 형을 받았다. 세퓨 제조사 전 대표의 경우, 자신의 딸 역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잃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아울러 옥시 전·현직 연구소장 2명에게는 징역 7년, 선임연구원에게는 징역 5년, 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에겐 금고 4년이 선고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PB(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판매한 롯데마트 및 홈플러스 관계자들도 줄줄이 감옥신세를 지게 됐다.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와 롯데마트 전 상품2부문장, 전 일상용품팀장은 모두 금고 4년을 선고 받았고, 제품 기획에 참여한 외국계 컨설팅업체 한국법인 관계자는 금고 3년을 선고 받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전 전 그로서리매입본부장과 전 법규관리팀장이 징역 5년, 전 일상용품팀장이 금고 4년 형을 받았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용마산업 전 대표도 금고 4년을 선고 받았다. 금고는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은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를 공급한 CDI 대표와 존 리 전 옥시 대표는 무죄를 받았다.

◇ 아직 끝나지 않은 비극

이날 1심 판결을 받은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인체 유해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다수의 사망자 등 막대한 피해를 낳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른바 살인 가습기 살균제라 불린 이 비극은 피해자 대부분이 어린아이 또는 산모여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지지부진한 진실 규명과 수사, 사과 및 보상으로 인해 피해자 및 유가족들은 더 큰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지난해 1월,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집중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태는 반전을 맞았다. 책임 소지 등 진실의 퍼즐이 하나 둘 씩 맞춰지기 시작했고,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분노가 쏟아졌다. 결국 관련 업체들은 일제히 보상안을 내놓기도 했다.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 5년여 만에 1심 판결이 내려졌지만,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우선,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상당한 성과를 내긴했지만, 옥시 본사나 정부당국의 책임은 밝혀내지 못했다. 1심 재판에서도 존 리 전 대표 등 일부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 또한 피해자로 정식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수백 명에 달하고, 피해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이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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