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부발전.<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한국서부발전이 인사권을 발동해 ‘노동자 옥죄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측에 협조적인 기업노조 설립에 앞장서온 노무직 인력을 대상으로 특별승진을 진행한 것이다. 승진 평가항목도 ‘성과연봉제 도입’ 등 노사 간 이견이 갈리는 부분이 다수 포함됐다. 사실상 기존 노조의 활동과 노동자의 발언권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거세다.

◇ 정규승진 3일 후 특별승진… “왜?”

13일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실은 서부발전 특별승진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서부발전은 지난달 13일 정규 승진인사를 확정하고 31일 인사이동이 마무리된 지 단 3일밖에 지나지 않아 이달 3일 또 다시 특별승진을 따로 진행했다. 이를 두고 시점과 배경에 석연치 않은 정황이 포착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특별승진은 노사협력에 공을 세운 3직급 직원을 2직급으로 승진시키는 내용이다. 서부발전 인사관리 규정 51조 1항에 따르면 2직급 이상의 승진은 매년 12월 중에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가 특별승진으로 진행되면서 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사장이 승진자를 최종 선택하게 됐다.

김종훈 의원은 “특별승진 사유를 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노사협력 주요성과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정규승진시기에 성과를 고려해서 인사를 하면 될 일 이었다”며 “공기업의 특별승진 기준이 다소 자의적인 면이 있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부발전 측은 이번 논란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규승진과 특별승진의 절차와 성격이 달라, 인사 목적에 맞는 승진절차를 적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지난 3년간 노무 분야에서 낸 성과가 많아, 그에 맞는 승진이 뒤따라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됐다”며 “정규승진은 모든 직군을 대상으로 승진심사가 치러지는데 여기서 노무분야에만 특혜를 주면 인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어, 따로 특별승진으로 진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규승진 이후 수일 내 특별승진을 별도로 다시 진행하는 것이 흔치않고, 이번은 이례적인 경우란 설명이 뒤따랐다.

◇ 기업노조 밀어주기… 기존 노조엔 ‘불이익’ 의혹

서부발전은 2011년 기존 발전산업노조에서 현재의 기업노조로 대표노조가 전환됐다. 기업노조의 설립 이후 서부발전은 성과연봉제 타결 등을 수월하게 진행해왔다.

이번 특별승진 평가 요소에도 ▲2014년 정부경영평가 경영정상화부문 우수성적 달성 ▲2015년 공공기관 최초 노사합의에 의한 임금피크제 도입 ▲2016년 발전사 유일 임금 및 단체협약 성공적 체결 등 노동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던 정책이 성과항목에 다수 포함됐다.

발전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인사기준이 전부 노동자들에게 이견이 많았던 정책들인데 이 정책을 자리 잡게 한 사람에게 승진을 시켜준다고 하면 누가 노동자의 이야기를 대변하는데 앞장서려 하겠냐”며 “결국 발전산업노조를 파괴하고 사측에 협조적인 기업노조를 건설하는데 앞장서 온 특정인에 대한 보상 인사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발전산업노조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평소에도 인사나 고과, 승진, 심지어는 고충처리에 있어서도 기존 발전노조와 기업노조 가입자를 차별했다. 기업노조로 적을 옮기면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기업노조로의 가입을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인사상 불이익이 누적되면 노동자들에게는 기업노조가 혜택이 좋다는 인식이 각인된다”며 “결국 이번 특별승진을 포함해 서부발전은 노동자의 불만제기를 원천 차단하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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