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이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온 가운데, 한쪽에선 ‘2400원 횡령 해고’가 합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우리사회 ‘법 평등’이 실종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8일, 버스기사로 일했던 A씨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법원 판결을 받아들었다. 자신이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해고 처분이 합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A씨의 사연은 201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세월 버스기사로 일한 그는 이날 작은 실수로 ‘횡령범’이 됐다. 평소 그는 현금으로 받은 버스요금 중 잔돈을 제외한 금액은 회사로 입금시키고, 잔돈은 ‘미수금’으로 일보에 기록한 뒤 추후 사무실에서 정산해왔다. 그런데 이날은 회사에 입금하고 남은 2400원을 미수금으로 적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17년 경력 버스기사의 작은 실수였지만,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해고 처분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선 승소했다. 하지만 2심의 판결을 달랐다. “아무리 작은 액수라도 횡령이 발생했기 때문에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는 회사 측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A씨가 절망적인 법원 판결을 받은 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그는 자유의 몸이 돼 구치소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는 433억원의 뇌물공여와 90억원의 횡령, 국회 청문회 위증 등이었다.

별개의 사안이지만, 너무나도 엇갈린 두 판결은 우리사회 ‘법 평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400원을 횡령했다고 노동자를 사지로 내몬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에선 아주 신중하다”며 “사법부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대한민국 법치의 맨 얼굴을 또 다시 내비친 것이고, 스스로 개혁 대상 1호임을 자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20일 트위터에 “많은 국민들은 왜 사법부의 재벌 잡는 그물망은 넓고 서민 잡는 그물망은 촘촘한 것인지, 왜 두 개의 그물망이 서로 달라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의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 영장 기각 사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2400원 버스비 횡령 기사에게 해고 정당 판결한 사법부였기에 국민은 멘붕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해고 당사자이자 엇갈린 판결의 당사자인 A씨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그런 거 보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너무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좌절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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