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부패방지 시책평가 4년 연속 최우수등급. 그리고 3년 연속 평가군 1위 달성.

마사회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다. 마사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하는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최근의 마사회를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소식이다. 마사회는 정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곳 중 하나다. 승마선수인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특혜를 주고, 또 삼성이 정유라를 지원하는 과정에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현명관 전 마사회장은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 및 최순실의 ‘연결고리’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원로 모임인 ‘7인회’ 중 한 명이자, 삼성물산 회장 출신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삼성 내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했던 인물로 꼽힌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마사회와 현명관 전 마사회장은 압수수색 및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검 역시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명관 전 마사회장은 이로 인해 당초 유력했던 연임이 무산됐다. 워낙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으로 인해 세간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졌을 뿐, 마사회는 여전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얽혀있는 상태다.

이처럼 마사회는 역사에 남을 부패비리 사건에 연루돼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부패방지’와 관련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우선, ‘부패방지 시책평가’의 성격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하는 부패방지 시책평가는 정확히 ‘부패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를 평가한다. 부패방지를 위해 얼마나 좋은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는지, 또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등이 중점 평가 사항이다. 평가는 각 기관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서면평가를 위주로 실시한다.

마사회는 지난해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최우수등급과 평가군(성격 및 규모에 따라 기관을 구분) 1위를 차지했다. 각각 4년 연속, 3년 연속이다.

부패방지 시책평가가 ‘노력’을 평가한다면, 실제 얼마나 부패한지를 평가하는 것은 ‘청렴도평가’다. 외부청렴도와 내부청렴도를 평가하고, 실제 부패 발생 현황도 반영된다. 마사회는 청렴도평가에서 종합청렴도 3등급(총 5등급)을 받았다. 같은 평가군 42개 기관 중 16위에 해당한다.

두 평가는 방법적 차이도 있다. 부패방지 시책평가는 해당 기관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반면, 청렴도평가는 ‘부패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외부관계자 및 내부구성원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다.

마사회는 부패방지 노력은 1등급이지만, 실제 청렴도는 3등급에 그쳤다. 평가 지표에 따라 부패방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주 잘했지만, 이 노력이 근본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않은 것이다. 두 평가의 엇갈린 성적은 마사회의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와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 사이의 이질감과 연결된다.

물론 마사회의 부패방지 노력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4년 연속 부패방지 최우수등급을 받은 마사회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좀 더 진정성 있는 부패방지 노력, 아니 결과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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