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안희정 지사의 지지층 상당수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중앙일보조사연구팀>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각 정당의 경선이 끝나고 실시되는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무난하게 앞설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예측과 달리,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도 “안철수 후보가 흐름을 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철수 후보의 최근 상승세는 10% 안팎의 기존 지지층에 보수층이 새롭게 합쳐졌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6일 발표된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34.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같은 조사와 비교해 무려 21.9%나 상승한 수치다. 특히 보수정서가 강한 대구경북에서 39.3%를 기록, 문재인 후보(23.2%)나 홍준표 후보(15.2%) 보다 앞섰다. “보수층이 전략적으로 안철수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 보수층 표심이동, 반기문→황교안→안희정→안철수

사실 보수층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여러 후보를 놓고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구 새누리당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뚜렷한 보수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층은 반기문 전 총장을 선호했다가, 반기문 전 총장이 중도낙마하자 상당수는 황교안 총리 지지로 선회했었다. 이어 황교안 총리마저 불출마를 선언하자, 갈 곳이 없던 보수층은 ‘대연정’을 주장했던 안희정 지사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안희정 지사까지 경선에서 떨어지자,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로 보수층이 관심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숫자로 확인된다.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희정 지사 지지층의 59.9%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더욱 명확했는데, 안희정 후보 지지층의 63.1%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같은 당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14.4%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아넥시트(안희정과 EXIT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도 나온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 안 지사와 문 후보 사이 앙금이 컸던 게 원인 중 하나다.

▲ 문재인 후보의 중도확장을 위해서는 안희정 지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시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문 후보의 외연확대를 위해서는 안 지사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안 지사 지지층을 흡수해야 충청지역과 함께 중도보수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감안한 듯 문재인 후보는 캠프 대변인으로 안 지사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강훈식 의원과 박수현 전 의원을 임명하기도 했다.

◇ 문재인, 안희정 지지층 사로 잡아야 승리 가능

또한 문 후보는 이번 주말 안 지사를 비롯해 이재명 시장, 최성 시장 등과 호프모임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경선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해소하고 통합의 기치를 내건다는 취지에서 문 후보 측이 제안했다.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른 후보들의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역자치단체장 신분으로 선거운동에 제약이 있는 만큼, 지사직을 내려놓고 지원사격에 나서달라는 얘기다. 물론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안 지사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4일 경선패배 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안 지사는 “법적으로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로 있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당원이자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의무와 적극적 역할을 다 해 당의 승리를 돕겠다”며 “민주당의 승리,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조사연구팀 여론조사
중앙일보 의뢰로 4일부터 5일까지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 전국 남녀 유권자 1500명이 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전체 응답률 29.4%. 

■리얼미터 여론조사
MBN 의뢰로 지난 5일 유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 전국 남녀 유권자 1008명 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전체 응답률 10.8%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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