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버워치 에이펙스 챌린저스 리그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졌다.<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한국 e-스포츠의 선구자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승부조작’이란 암초를 만났다. 작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 이어 신작인 ‘오버워치’에도 관련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제 2의 태동기를 맞은 국내 e스포츠업계가 여전히 과거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 1살 된 ‘오버워치’… 승부조작 “또?”

e스포츠의 대중화를 꿈꾸는 블리자드가 PC온라인 최대 히트작 ‘오버워치’ 리그 개최를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오버워치 e스포츠 리그에서 승부조작 시도가 드러나 관련자들이 경찰에 입건됐다. 출시 1년도 되지 않은 게임의 e스포츠 리그에서 공정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드러나 팬들은 실망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3일 ‘루미너스 솔라(Luminous Solar)’ 팀의 감독과 코치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열린 ‘오버워치 에이펙스(APEX) 챌린저스’ 리그에서 해당 팀의 진석훈 감독 겸 선수와 백민제 코치가 승부조작을 주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관 방송사인 CJ E&M 온게임넷(OGN)에 따르면 이들은 오프라인 예선전에서 상대팀인 ‘언리미티드’에게 스폰서 제공을 빌미로 기권을 요청했다. 50만원 상당의 키보드와 마우스 등 경기에 필요한 장비 지원을 대가로 승부조작을 제안한 것이다.

진 감독은 청소년이 포함된 스무살 전후의 선수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을 알고 50만원 상당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이 제안을 거절했으나, 이후 루미너스 솔라 팀이 경기에서 승리해 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들 팀은 미성년자 선수가 포함돼 PC방 이용시간에 제한이 걸리는 것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경기를 지연했다. 이외에도 본선 진출을 위해 남은 경기를 의도적으로 보이콧했다. 허위 진단서를 제출해 선수를 교체하는 등 우승을 거머쥐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주관 방송사인 온게임넷은 부정행위 신고를 접수받고 자체 조사를 벌였다. 온게임넷 측은 “주동자 2명에 대해서는 리그 영구퇴출을 결정했고, 고의적 경기 포기에 가담한 ‘언리미티드’ 최윤수 선수에 대해서는 챌린저스 2회 시즌 참가 자격을 박탈했다”며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시청자와 팬들 및 선수들에게 운영 주최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 ‘스타’ 악몽 재연… 체계적 선수관리 나서야

e스포츠 업계의 승부조작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PC게임은 작년에도 같은 아픔을 겪어야 했다. e스포츠의 기틀을 세운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선수들의 승부 조작 논란에 결국 모든 리그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젊은층에서 인기가 많은 e스포츠 리그는 프로구단 선수들의 연령대도 대체로 어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프로팀 소속 선수의 57.1%가 10대다. 성인이 되기 전 선수 생할을 시작하는 비율은 전체의 약 80%에 달했다.

어린 나이에 미래가 불확실한 일을 시작하다보니 불안감도 뒤따른다.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된 동기 중 ‘e스포츠가 유망한 분야라 생각해서’란 답변은 14%에 그쳤다. 선수생활 시 겪는 에로사항에도 ‘불투명한 미래’가 전체 55%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사회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스포츠맨십 및 준법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오버워치는 협회서 관리하는 정규리그 종목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며 “방송사에서 주관하는 리그라 협회 차원에서 따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우리는 사용권을 빌려줬을 뿐 관련 규정이나 실제 운영은 온게임넷에서 담당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리그 하나가 통째로 방송사에 권한이 일임된 시스템이란 설명이다.

이번 사건이 일부 아마추어 유저의 잘못된 가치관으로 빚어진 일이지만, e스포츠 업계와 팬들이 승부조작에 민감한 만큼 대중의 시각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그오픈으로 그간 홍보효과를 누려온 블리자드도 이미지 악화를 피하긴 힘들 전망이다. 선수들에 대한 관리체계 강화와, 관련업체들의 주도적인 예방책 강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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