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이낙연 후보자가 자료를 살펴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이틀째 진행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일부 의원들의 무리한 질의로 여야 의원 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청문회 과정에서 ‘문자폭탄’을 받은 야당 청문위원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게 흐르면서 앞으로 연이어 있을 청문회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여야는 25일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막판 검증을 벌였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당 청문위원들은 배우자 그림 강매 의혹,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을 비롯해 이 후보자의 가족과 보좌진 등 측근 관련 의혹에 집중했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배우자 김숙희 씨의 전시회와 관련해 “전시된 작품이 조영남 대작 사건과 같이 중견 작가의 대필과 가작으로 그렇게 많은 작품이 양산된 것이라는 제보가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신빙성이 상당히 위험하다. (아내가) 집에서 잠도 안자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그건 심각한 모욕이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2014년 전남도지사 선거 당시 보좌진의 불법 당비대납 사건을 거론하며 “한심스럽고 개탄스러운 것은 출소한 이 사람을 월300만원에 전남도에서 채용했다는 것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공무원으로 채용을 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니다”고 답했고 강 의원은 “300만 원이 세비가 아니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는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당비대납 사건은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 충분히 챙기지 못한 불찰이 크다”며 “그러나 전 어느 경우에나 제 보좌진한테 이상한 짓, 무리한 짓 하지 말라는 그런 얘기를 입에 달고 산다”고 답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야당의 질의 내용을 문제삼기도 했다. 전혜숙 의원은 “비상시국에서 탄생한 정부인만큼 총리 후보자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수준 낮은 신상 털기라든지 ‘카더라’로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후보자를 비하한다거나 가족을 모욕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품위를 위해서라도 지양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철희 의원도 “사실 확인을 어느 정도는 해야 질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자로 들어온 이야기는 어느 정도 확인작업을 거친 이후 발언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데 지금 너무 거르는 절차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질문 하시는 분도 과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며 “정상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태옥 의원은 이에 “후보자가 모독을 느꼈으면 죄송하지만 이 자리가 국민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 청문회 도중에도… 야당에 쏟아진 ‘문자폭탄’

야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전날부터 계속된 항의성 문자에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 아들 병역 문제를 제기했던 박명재 한국당 의원은 “밤새 문자폭탄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욕을 하도 먹어 배가 부르다. (문자를 보낸 사람들이) ‘당신 아들은 어떠냐’고 묻던데 저와 제 두 아들은 현역 만기로 제대했다”고 말했다. 같은 내용의 ‘문자 세례’에 시달린 경대수 한국당 의원은 “제 아들의 병역 면제 이유를 묻는 문자가 많이 왔다”며 “제 아들은 뇌파 경련성 질환, 흔히 말하는 간질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사청문위원인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냈다. 이낙연 지명자의 ‘전두환 찬양기사’ 등 과거 행실을 지적했다는 이유”라며 “국민을 대신해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것은 유례가 없는 정치적 테러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여야는 청문회 결과를 토대로 26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고 이르면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내부적으로 사실상 부적격 판단을 내렸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과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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