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7 18:43 (목)
[박근혜 파면 선고 100일] 이정미 전 재판관, 대치동 떠났다
[박근혜 파면 선고 100일] 이정미 전 재판관, 대치동 떠났다
  • 소미연 기자
  • 승인 2017.06.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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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퇴임 이후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초빙돼 후학 양성에 힘쓸 계획이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거처도 옮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부터 공개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10일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 낭독은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맡았다. 그는 파면을 선고하기 전 시계를 바라봤다. 오전 11시21분. 이 시간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분은 일반인이자 피의자로 바뀌었다. 헌법의 준엄한 가치가 확인된 순간이다. 오는 17일, 그로부터 100일이다. 뇌물수수 등 13가지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정에 섰다. 그렇다면, 탄핵심판을 이끌었던 이정미 전 재판관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신변 위협 우려 여전… 대치동 떠나 새로운 거처로

이정미 전 재판관은 30년의 공직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 사흘 뒤 퇴임식을 가졌다. 국민의례와 퇴임사 낭독, 꽃다발 증정까지 모두 9분 만에 마무리됐다. 헌재 직원 100명가량이 참석했으나, 남편 신혁승 숙명여대 교수와 자녀 등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촐한 퇴임식을 원한 이정미 전 재판관이 가족을 초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그의 품성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실제 이정미 전 재판관과 이웃으로 지낸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 주민들은 ‘겸손한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사위크>에서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그의 자취를 취재한 결과, 이웃의 대다수가 TV에서 중계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보고나서야 헌법재판관이란 사실을 알았다. 이웃과 특별히 교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그만큼 ‘어깨에 힘을 주거나 자신을 과시한 일이 없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A아파트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이정미 전 재판관은) 특별한 사례고 유명한 분이라 동네 사람들끼리 이야깃거리가 오갈만도 한데 전혀 없다. 본인이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높은 위치에 있는 만큼 더 조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직업란에 ‘공무원’이라고 적은 게 그 일례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B씨는 “(이정미 전 재판관의) 둘째 아들이 고교 재학 중에 어머니의 직업을 공무원으로 밝혔다더라. 그 얘길 듣고 혀를 내두른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이정미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3월10일 분홍색 헤어롤 두 개를 빼지 않은 채 헌재로 출근해 화제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를 불러 올림머리를 한 것과 대비되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뉴시스>

이사도 조용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전 재판관의 거주지로 알려졌던 아파트 동호수에는 현재 다른 사람이 입주한 상태다. 인터폰으로 연결된 새 입주민은 “이사 온 지 좀 됐다. (이정미 전 재판관 측의) 우편물이 계속 발송돼고 있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공인중개사 봉모 씨도 “전세계약이 만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재계약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는 얘기다. 앞서 이정미 전 재판관은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지자 탄핵을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부터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경비원 C씨는 “(이정미 전 재판관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른 얘기는 절대 해줄 수 없다. 말도 꺼내지 마라”며 언성을 높였다. 소동이 일어났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정미 전 재판관의 동호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70대 할머니는 “시끄러운 일이 좀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관할지역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대치지구대에선 “신고가 접수되거나 사건화된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당사자들끼리 원만하게 해결한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 휴식 끝, 모교에서 후학 양성의 길로 “감회 새롭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이정미 전 재판관은 퇴임 후에도 경찰로부터 최고 수준의 경호를 받았다. 헌재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 이에 따라 무장경찰 2~3명이 24시간 근접 경호를 해왔다는 후문이다. 위험 요소도 있었지만 심신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 외출을 자제했다. 이정미 전 재판관은 지난해 12월9일부터 올해 3월10일까지 총 91일간 휴일 없이 탄핵심판에 매달린 만큼 당분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휴가는 짧았다. 그는 새로운 길에 섰다. 바로 후학 양성이다.

이정미 전 재판관은 지난 4월1일자로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 임명됐다. 위촉기간은 내년 3월31일까지다. 첫 강의는 지난 7일에 열렸다. 학부생들도 함께 할 수 있는 특강 형식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3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강의실이 가득 찼다. 다음 학기부터 정규 수업을 맡게 될 그는 “감회가 새롭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담당 과목은 헌법소송법이다.

한편,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정미 전 재판관은 고려대 특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문을 읽을 당시 “인간적으로 고뇌가 컸다”는 심경과 함께 “한 나라의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것이 슬프지 않다면 법률가로서 인간의 마음이 마비된 것 아닌가.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 될 슬픈 역사다”고 밝혔다. 선고 당일 벌어진 ‘헤어롤’ 해프닝에 대해선 “미용실 갈 시간조차 없어 집에서 직접 머리를 자를 정도였다”면서 “너무 바빠 헤어롤을 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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