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도시바 반도체 매각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일본 정서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최태원 SK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선 3조원의 투자금에도 큰 이득을 못 봤다는 견해와, SK하이닉스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 도시바, 한미일 컨소시엄 '우선협상자'로 선정

2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매각 입찰에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이 컨소시엄엔 미국 투자회사인 베인캐피털과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한 상태다. 인수금액은 총 2조엔 규모로, 일본 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이 각각 3,000억엔, 베인캐피탈은 8,500억엔(SK하이닉스가 4,000억엔 융자)을 출자한다. 또 미쓰시비 도쿄UFJ은행이 5,500억엔을 융자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당초 도시바 인수전에 유력후보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올해 초부터 진행된 도시바 반도체의 매각과정은 안개 속을 거닐었다. 변수는 도시바의 미국 원자력 사업의 손실액이 예상보다 컸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도시바는 매각지분 비율을 20% 미만에서 100%까지 수정했고, 일본 내에선 기술유출 등의 우려가 속출했다.

특히 최대 액수를 써낸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도 후보에서 제외되는 마당에 SK하이닉스는 주목받지 못했다. 유력후보 자리엔 일본의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 미국의 사모펀드 KKR 등이 참여한 미일연합이 떠올랐다.

변화는 최태원 회장이 일본을 오가면서 이끌었다. 그는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일본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상생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베인캐피탈-SK하이닉스는 KKR 대신 일본의 산업혁신기구, 정책투자은행과 손잡으며 한미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KKR과 혁신기구·정책투자은행 간에 협의가 지연되는 틈새를 잘 파고 든 것으로 보인다.

◇ 3조원 투자에 경영권 미확보, 실익은?

다만 SK하이닉스의 이번 참여를 두고 일각에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이전은 물론 경영권 확보도 어렵다는 점에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 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일본 정부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며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원천 기술에 대한 접근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시바의 경영권 유지로 현재 업계구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업체들의 대규모 3D 낸드 투자 지속과 중국의 신규시장 진입이 이뤄지면 낸드수급이 둔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에 경영권을 행사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하지만 여러 가지 사업 제휴를 추진할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대금 3,000억엔이면 최근 SK하이닉스의 1개 분기 영업이익 정도"라며 "이 정도로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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