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열풍이 식어감에 따라 중고 그래픽카드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비트코인 시세의 하락으로 중고 그래픽카드 시장이 혼돈세다.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가 시장에 대량 풀린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중고판매자들은 자신의 그래픽카드가 팔리지 않자 그냥 사용하겠다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A씨는 지난해 9월 구매한 그래픽카드를 중고장터에 내놨다. 해당 제품은 비트코인 채광이 잘된다고 알려진 GTX1060으로, 판매가는 신품보다 20만원 가량 낮게 책정됐다. 하지만 판매글에는 ‘광부가 시장에 나왔다’ ‘혹사당한 그래픽카드’ 등의 댓글만 달릴 뿐 구매를 원하는 이들은 없었다. A씨는 결국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연초부터 불었던 비트코인 열풍이 식을 징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 식어가는 비트코인 열풍… 사업자 속출

비트코인은 2009년 개발된 일종의 전자가상화폐다. 다만 보통의 가상화폐가 실물화폐와 1대1 교환방식으로 발행되는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컴퓨터로 암호를 풀어냄으로써 생성된다. 흡사 현실 속 금광에서 금을 캐는 것과 유사해 비트코인의 생성을 ‘채광한다’고 표현한다.

특징은 독립성을 지닌 가상화폐다보니 시세의 변동 폭도 크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해 11월 80만원대에서 올해 5월 25일 기준 468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국내에선 비트코인 채광 열풍이 불었고, 채광에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품귀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월 25일 최고가 이후 폭락한 비트코인 시세.<빗썸 캡쳐>

하지만 고점을 찍은 지 이틀 만에 39% 하락했고, 29일 현재 1비트코인은 300만원 선에 거래 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범죄에 악용되는 가상화폐 등에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비트코인에 양도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과, 전기세 등 소모비용에 비해 크게 벌지 못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채광에 나섰던 이들이 하나 둘씩 정리하고 있다는 것.

◇ 풀려나온 그래픽카드, 믿을만할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채굴작업에 사용된 그래픽카드가 중고시장에 판매된다는 점이다. 채굴이 24시간 내내 진행된 만큼,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의 수명이 단축됐다는 우려가 발생한다.

실제 2014년 비트코인 열풍이 식은 직후 중고시장엔 대량의 그래픽카드가 풀렸고, 다수의 소비자들이 중고로 구매한 제품의 불량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각에선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유사방식의 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의 가치가 상승추세인 만큼, 채굴장을 쉽게 접진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또 채굴장 규모가 수십에서 수백대에 달해, 중고시장에 일일이 판매하기 힘들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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