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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의 콘택트] 옥자, 생각할 거리
김연주 스토리 아티스트

프랑스 동남부에 위치한 알프마리팀 주의 도시, 칸에서는 매년 5월마다 큰 영화제가 열린다.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영화제’는 올해, ‘영화’라는 정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들이 ‘칸 영화제’에 경쟁부문으로 초청받자 프랑스 극장협회에서 큰 반발을 하였기 때문이다.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옥자'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미디어, 즉,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지 않은 작품을 영화제에 초청하는 것은 영화계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감독과 유명한 배우들, 그리고 영화 제작 스태프들이 만든 작품 ‘옥자’는 질 좋은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시킨 슈퍼돼지 옥자와 그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소녀, 미자의 이야기다. 산동네에서 자유롭게 자란 옥자는 미자에게 있어 가족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옥자를 만든 미란도 기업은 처음 미자의 할아버지와 계약한 대로 다 자란 옥자를 수거한다. 그리고 다른 슈퍼돼지와 마찬가지로 도축장으로 보내버린다.

고기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옥자’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매일매일 쉽게 가게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고기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옥자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연과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채 죽어간 공장 속의 돼지였을 수도 있다. 몰랐을 때는 맘 편했는데 알아버렸으니 계속 신경 쓰인다. 영화가 남긴 여파가 크다.

다시 영화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영화제는 결국 극장협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년부터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영화들은 ‘칸 영화제’에 초청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최초의 영화 중 하나로 알려진 ‘열차의 도착(1895)’은 열차가 도착하는 모습을 50초 동안 보여준다. 이러한 영상은 오늘날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수없이 많고 비디오를 녹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아무나 찍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런 작품들이 전부 영화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그럼 영상의 작품성이 영화의 여부를 결정할까? 아니면,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만든 것만이 영화일까? 칸 영화제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상’이 영화인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영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을 멈추지 않은 것 같다.

즐겁고 신나는 영화를 보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아서 즐겁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또는 집에서 영화를 다 본 후,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재정리하게 하는 여운은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그런 맥락에서 ‘옥자’는 영화 안팎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준 만큼 계속 생각이 날 것 같다.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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