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촬영된 부산 중학생 폭행사건 장면. 관련 사진이 SNS를 통해 유포되면서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소년 범죄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론적인 측면에서 법 개정에 찬성입장을 보였다. 특정 범죄행위에 대해 상당한 처벌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청소년 범죄 문제의 초점을 가해자 처벌에만 맞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범죄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사가 커진 계기는 ‘부산 중학생 폭행사건’이다. 잔혹한 폭행의 흔적이 SNS 등으로 통해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쌓였고, ‘청소년 보호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나왔다. 8일 기준 25만3,500여 명이 청원에 참여해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 ‘소년법’ 개정은 공감대

관련법 개정에 대해 전문가들 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강력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최대 15년까지만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 ‘소년법’이 문제가 됐다. 특가법이 적용되더라도 청소년에게는 최대 징역 20년까지만 선고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천종호 부장판사는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사형 등 어른과 동등한 취급을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은 반대지만 상한은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소년법에 따르면 18세 까지는 (특가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20년이 상한”이라며 “논의해봐야 할 문제지만 공감대가 형성되면 소년법 개정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 고위 관계자는 “소년법이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행정처에서 아직 정리된 바가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김영미 법무법인 세원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형 및 무기형을 금지한 소년법 규정은 폐지해도 무방하다고 본다”며 “인천 여야 살인사건처럼 중형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제한을 두는 것은 맞지 않다. (소년법을 폐지하더라도) 법원에서 양형으로 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형사미성년자를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견해가 많았다. 물론 보호처분 기간을 최대 2년으로 한정하고 있는 규정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청소년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취지다.

김영미 변호사는 “형사미성년자를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라며 “예를 들어 12세 경우에 범죄 범했으면 촉법소년 이라고 해서 보호처분을 받는다. 12세면 초등학교 6학년인데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소년 사건으로 처리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총기소지가 허용된 외국의 경우에 갱단들이 법의 맹점을 알고 소년들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10대 후반이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소년 보호법' 폐지 청원. 25만 여명이 참여해,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가장 높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홈페이지>

◇ 피해자 구조, 재범 방지 등 근본대책 마련 촉구

다만 일부 전문가는 현재 청소년 범죄 문제를 ‘형사처벌’ 영역에서만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형사처벌만을 강화한다고 해서 청소년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이 없을뿐더러, 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히려 형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 범죄문제를 해결했다는 착각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나영이 사건 등 아동 성폭행범 사건이 불거져 3번에 걸쳐 성폭행범에 대한 형량을 올렸는데, 지금 수가 줄어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그렇게 문제가 심각했는데 정치권이 나서서 한 일이라고는 법안만 고쳤지 관련 통계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 의원은 “(청소년) 범죄율 자체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방안을 연구해야 하는데 법안을 발의하는 데만 난리”라며 “피해자가 가해자나 사건 이후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개개인을 보살펴야 하는데, 지금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닌 지역유지들이 하고 있다. 그것 조차 안 된 상황에서 소년법을 얘기하니까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관심과 에너지가 쌓였을 때 힘들더라도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미 변호사도 “학교 폭력의 경우 안전공제회에서 심리치료비를 도와주지만 한정이 돼 있고, 정신적인 손해배상은 인정이 안 된다. 또 심리치료를 할 때 기록이 남는다는 이유로 정신병원 치료를 꺼려하는 피해자들이 있어 실질적인 치료가 안 되고 있다. 미술치료 등 대안방안은 안전공제회에서 안해줘 자비를 들여서 하고 있다”며 피해자 구조 등에 열악한 현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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