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토크콘서트 '한국정치 : 마초에서 여성으로'에서 잇따른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한편, '여성·청년 공천비율 50%'를 공약으로 제안했다. 사진은 홍준표 대표가 주제발표하는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사진 왼쪽) 발언 도중 눈 감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여성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싸우기도 잘 싸운다. 남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데 여자들은 눈치도 안 보고 잘 싸우더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9일 여성정책 혁신을 위해 개최한 토크콘서트에서 홍준표 대표가 여성차별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홍 대표는 여성들의 지지 호소를 위해 ‘여성·청년 공천비율 50%’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혁신위는 ‘한국정치 마초에서 여성으로’라는 주제로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홍 대표는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쏟아냈다. 부인인 이순삼 씨를 향해 ‘집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제가 어딜 봐서 꼰대 같으냐. 경제권도 다 집사람에게 있다”며 “제가 집사람이 시키는대로 하면서 37년을 살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상도 사투리가 투박해서 그렇다. 경상도에서는 문제가 안 되는 발언이 전국으로 가면 문제가 된다”고도 했다.

홍 대표는 또 사회 이슈로 떠오른 ‘젠더 폭력’에 대해 “처음 듣는 말이다”, “제가 젠더라는 말을 잘 모른다”라고 말해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에게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 류석춘 혁신위원장까지 “요즘은 성평등한 사회를 넘어 여성이 우월한 사회까지 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를 맡은 박성희 혁신위원까지 “위원장님, (발언이) 아슬아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패널들은 일제히 홍 대표의 성차별적 발언을 지적하며 “배려도 필요없다. (여성을) 존중해달라”고 꼬집었다.

강월구 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홍 대표의 '젠더 폭력이 뭐냐'는 질문에  “젠더라는 개념, 어려울 수 있지만 야당 대표이니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아까도 (국회의원) ‘버르장머리 고쳐 놓겠다’고 했는데, 그 사람 말이 그 사람 인격이다. 가부장적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평등하고 대등하게 소통해야한다”고 비판했다.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 20년간 여성정치참여를 연구한 입장에서 ‘여성은 공천하려 하면 없다’ 이런 말은 20년 째 듣고 있다”며 “지금 여성 국회의원들 말을 들어보면 공천 기준이 남성은 90~100점, 그런데 여성은 150~200점 받아야 (공천이) 된다고 한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 “개과천선하면 잘 될 것" 지적

한 여성 패널은 홍 대표의 성차별적 발언에 대해 “한국당은 일반 국민 인식수준에서 볼 때 ‘영남의 마초 꼴통’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 그런 것들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게 ‘젠더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부분”이라며 “이 말을 듣는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야 하는데 오늘도 여성이 다수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까…”라고 말했다.

이 패널은 “한국당이 지방선거든 대선이든 선거를 치를 때 여성 문제에 대해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면 진보를 압도할 수 있다”며 “보수적이고 마초고, 꼴통이 개과천선해서 환골탈태하면 (유권자들에게) 잘 먹힐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강월구 원장도 “여성들이 한국당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해달라. 여성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서 정책을 내놓을 때만 한국당이 수권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홍 대표의 인식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홍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국당에 대한 성토장도 아니고, 그렇게 토론하니까 내가 말하기 그렇다”며 “오늘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간다. 저희들이 여성정책 수립하는데 많이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날 여성 패널들이 ‘여성·청년 공천비율 50%’ 약속을 지켜달라고 한 요구에 “될 만한 지역에, 지방선거 공천을 절반 정도를 여성으로 공천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 정치를 하려고 하면 그 지역에서 활동을 했어야 한다”며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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