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으로 꼽히는 최순실 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에서 왼쪽부터)이 추석 연휴 이후부터 검찰과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감방 수용자들에게 명절은 그리 달갑지 않다. 원칙적으로 공휴일에는 면회와 체육활동이 제한된다. 휴일이 길면 길수록 바깥공기를 쐴 수 있는 기회가 늦춰지는 것이다. 올해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에 달한다는 점에서, 수용자들의 답답함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해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들은 어느 때보다 시간의 무게를 절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추석 연휴 이후부터 검찰과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시작한다. 사실상 폭풍전야인 셈이다.

◇ 추석 이후 박근혜 청문절차, 김기춘·조윤선 2심 시작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연휴 직후인 10일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청문절차를 갖는다. 오는 16일 구속 만기일을 앞두고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혐의는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던 롯데와 SK 관련 뇌물 부분이다. 재판부에서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구속기간이 최대 6개월 연장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그는 연휴 이후 결정될 재판부의 판단을 초조하게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바빠진 사람은 유영하 변호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그는 최근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진단서와 진료기록 등을 떼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발가락 부상과 허리 통증으로 지난 7월28일에 이어 8월30일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이에 따른 퇴행성 증상이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노화현상이다. 하지만 변호인단 측은 병원 기록을 토대로 불구속 재판을 주장할 것이란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는 재판부에 독촉을 시작했다. 구속 만기일인 오는 11월19일 이전에 선고를 내려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는 독일에서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해 10월31일 긴급체포돼 1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와 신체 피로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가장 큰 걱정은 딸 정유라 씨다. 정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돌발 출석하면서 독자노선을 택했다. 당초 최씨는 “딸과 인연을 끊겠다”고 말할 만큼 격노했으나, 그리움 역시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는 17일부터 항소심 재판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의 실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김기춘 전 실장은 충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장이 언제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다”며 줄곧 건강 악화를 호소해온 그다. 항소이유서를 뒤늦게 제출해 항소 기각 위기에 놓였으나, 재판부가 직권조사로 심리를 진행하기로 해 기각을 면했다.

조윤선 전 장관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집행유예 선고로 6개월 만에 귀가했으나, 또다시 구속 위기에 처했다. 이번엔 화이트리스트 사건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조윤선 전 장관의 관련성이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특정 단체 활동비 지원을 주도한 곳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인데, 당시 조윤선 전 장관의 정무수석 재임기간과 겹친다. 검찰은 조윤선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조만간 소환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구속영장 청구 수순으로 해석했다. 조윤선 전 장관은 추석 이후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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