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자신의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청와대에 상납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9일 보도에 따르면, 남재준 전 원장은 전날 검찰에 출석해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자신의 특활비 일부를 떼어내 청와대에 전달했다. 당시 “특활비를 다시 달라고 하니 조금 치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남재준 전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를 “압력으로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자신 또한 “대가를 바라거나 청탁을 한 적이 없다”며 사실상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했다. 상납된 자금의 용처는 알지 못했다. 그는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몰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생각은 다르다. 청와대가 국정원 인사나 예산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진 만큼 직무관령성이 있다는 점에서 뇌물공여 혐의가 짙다고 본 것. 이와 함께 국고손실의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재준 전 원장은 19시간의 밤샘조사를 받고 9일 귀가했다. 전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라며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해 찬사는 못 받을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이 벌어져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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