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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해지방어’ 시정해야 하지만… 바뀔지 미지수
방통위가 통신사에 과도한 해지방어를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9억원 수준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통신사의 ‘해지방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특정 통신사에는 과징금도 부과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제일선에 배치된 상담원들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상담원이 고객에게 해지방어를 하기까지 통신사 본사에서 용역업체, 그리고 상담원으로 내려오는 수직적 상하관계가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 방통위, 고객 귀찮게 하는 ‘해지방어’ 시정명령

방통위가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통신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의 주제는 ‘해지방어’로, 통신사가 고객을 상대로 초고속인터넷 및 결합상품 이용계약의 해지를 거부·지연·제한하는 행위다.

해지방어는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통신사의 관행이다. 말하자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떠나는 고객을 붙잡고 계속 계약을 유지해달라는 하소연인 셈이다. 문제는 도가 지나치다는 점이다. 방통위 조사 결과 이들은 고객을 회유하기 위해 1차 해지방어팀, 2차 해지방어팀 등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관리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고객들은 통신상품을 해지할 수 있고, 그 기간은 대략 일주일이다. LG유플러스는 장비철거까지 14일 정도가 소요돼 타사 대비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에 방통위는 통신4사에 과도하게 해지를 방어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9억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통신사가 △해지접수등록을 지연하거나 누락한 행위 △이용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해지의 경우에도 위약금을 부과한 행위 △해지철회나 재약정을 유도하는 전화로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 등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냈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각각 8억원, 1억400만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KT와 SK텔레콤은 시정명령에서 그쳤다.

현재 통신사는 문제가 된 해지방어 업무를 용역업체 또는 자회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용역업체는 성과를 내야한다. 업무 성과가 본사와의 재계약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본사에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용역을 통해 해지를 방어하고 있다. 통신사에서 용역업체로, 용역업체에서 상담원으로 내려오는 수직적인 상하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통신사 시정 여부는 미지수… 내몰리는 상담사들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여전히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용역업체들이 상담원의 인센티브를 볼모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사업자는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더욱 보장해야 한다”며 “해지상담원이 과도한 해지방어 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담원은 여전히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상담원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지상담원들의 해지방어 경쟁이 과한 이유는 용역업체가 업무 성과 등을 인센티브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채용사이트에서 ‘통신사 고객센터 상담원’을 뽑는다는 글은 하루에도 몇 십 건씩 등록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상담원의 급여조건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인센티브 기준은 모호하다. 한 용역업체는 인센티브 기준을 △근무태도 △통화품질 △업무량 등으로 내세웠다. 인센티브를 볼모로 잡힌 상담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시험대 위에 오르고 있다. 상담원들이 고객과의 통화 말미에 “오늘 통화에 대한 만족도 조사 잘 부탁드린다”며 “1분도 안 걸리는데 꼭 좀 해달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통위에 따르면 상담원은 해지방어 성과에 따라 최대 485만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일선에서 고객과 마주하는 상담원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해지방어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시정명령으로는 현재 상황이 바뀌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방통위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는 통신사에 9억의 과징금은 적은 것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했다. 해지방어를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상담원이 해지방어 성과로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것도 그 근거로 해석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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