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솔그룹이 3세 경영승계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범 삼성가 한솔그룹이 3세 경영승계의 닻을 올렸다. 올 가을 입사한 29살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동길 한솔홀딩스 회장과 장남 조성민 한솔홀딩스 기획팀 과장은 최근 잇달아 주식을 매입했다. 먼저 조동길 회장은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6차례에 걸쳐 15만3078주를 사들였다. 자금은 약 10억원이 투입됐다.

주목을 끈 것은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다. 1988년생 조성민 과장이 처음으로 한솔홀딩스 주식을 취득하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조성민 과장 역시 지난 20일 6만주를 시작으로 27일까지 총 27만800주를 장내매수로 확보했다. 지분율로 치면 0.58%다. 조성민 과장이 주식매입을 위해 투입한 자금은 17억원이 조금 넘는다.

◇ 이병철 장녀의 한솔그룹, 세대교체 준비 ‘착착’

한솔홀딩스는 한솔그룹의 지주회사다. 제지, 포장지, 건축자재, 화학소재, 물류, 플랜트, IT, 레저 등 다양한 사업분야를 영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는 한솔제지, 한솔케미칼, 한솔로지스틱스, 한솔개발 등이다.

한솔그룹은 범 삼성가 중 하나다. 고(故) 이병철 창업주의 삼성은 현재 삼성과 CJ, 신세계, 한솔 등의 갈래로 나뉘어져있다. 그 중 한솔그룹은 이병철 창업주이 장녀인 이인희 고문 일가가 꾸리고 있다. 현재 한솔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동길 회장은 이인희 고문의 3남이다.

조동길 회장의 형제 중에는 ‘체납왕’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인물도 있다. 바로 위 형인 조동만 전 부회장이다. 조동만 전 부회장은 개인체납자 중 3번째로 많은 700억원대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2세를 거치며 우여곡절을 겪은 한솔그룹은 이제 3세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이번에 새롭게 부상한 조성민 과장 역시 미래의 주인공이다. 조성민 과장은 지난 9월 한솔홀딩스 기획팀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전엔 미국에서 유학을 마친 뒤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사와 주식매입은 경영승계의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다만 조성민 과장보다 한 발 앞선 인물이 있다. 사촌 누나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이다. 이인희 고문 장남인 조동혁 명예회장의 장녀다.

조연주 부사장은 2014년 한솔케미칼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사내이사에 올랐다. 범 삼성가 4세 중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녀가 처음이다.

한솔그룹의 3세 시대는 조연주 부사장과 조성민 과장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형제들은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조동만 전 부회장의 자녀는 계열사 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병역법 위반 유죄가 확정된 상태다.

한솔그룹은 3세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한솔그룹은 한솔케미칼은 조동혁 명예회장이, 제지 및 그 외 사업부문은 조동길 회장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훗날 조연주 부사장은 한솔케미칼을, 조성민 과장은 제지 및 그 외 부문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솔그룹의 계열분리 조짐은 이미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 사실상 서로 한 발 정도만 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솔홀딩스는 지주회사로 전환 과정에서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한솔케미칼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조동혁 명예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솔케미칼을 통해 한솔홀딩스 지분 3.83%를 갖고 있을 뿐, 개인적으로는 한솔홀딩스 지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동혁 명예회장과 조연주 부사장은 한솔케미칼, 조동길 회장과 조성민 과장은 한솔홀딩스 지분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재계관계자는 “한솔그룹이 3세 승계를 준비하고, 이 과정에서 계열분리를 추진한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기정 사실”이라며 “관전은 3세 후계자로 지목된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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