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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뉴스
[정치 세력교체 왜 필요한가①] 민주당도 결국 교체 대상
2018. 06. 21 by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지방선거 결과를 확인한 추미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방선거가 끝나고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났다. 지역주의 정치, 분열의 정치구도 속에서 기득권을 지켜나가는 정치도 이제는 계속될 수 없게 됐다.” 누구보다 언행이 무겁고 신중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보수’라고 불렸던 한 정치세력의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

자신감의 바탕은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었다. 촛불혁명에서 시작된 정치변화의 열망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타고 지방선거에서 폭발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중앙권력뿐만 아니라 지방권력, 나아가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등 지역사회 풀뿌리 민주주의까지 장악하게 됐다. 예상했던 것 이상의 결과였다.

이진복 박사는 촛불혁명과 평화체제 이후 유권자 지형이 80의 1부 리그와 20의 마이너리그로 나눠졌고 표심이동이 없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마이TV캡쳐>

싱거운 결과와 달리 선거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네거티브, 색깔론, 지역주의, 심판론 등 선거승리를 위한 모든 기재가 동원됐다. 지방선거만 따로 떼놓고 보면 한국당 보다 민주당에 악재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미투사건을 포함해 몇몇 후보자의 성범죄 의혹이 있었고,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가 연루된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도 터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에게는 막판 여배우 스캔들이 불거졌다. 그럼에도 표심은 움직이지 않았다.

◇ 보수의 ‘시대착오’에 대한 단죄

한국당을 포함한 야권의 선거패배 이유는 다양하지만, 종국적으로는 ‘시대착오’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지지층의 한 켠에서는 이미 지나간 박근혜 전 대통령 시대를 붙들고 있고, 대북정책에 있어서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민심 흐름을 전혀 읽지 못했다. 민주당에 부정적인 유권자조차 한국당 등 야권에 선뜻 한 표를 행사하기 어려웠다.

민주연구원은 이를 8의 메이저리그와 2의 마이너리그로 나눠진 ‘두 개의 운동장’이라고 설명한다. 기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찬반 여론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다. 둘은 아예 다른 운동장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하나의 운동장에서 경쟁했던 이전과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즉 메이저리그의 비주류가 마이너리그의 ‘표’로 가지 않는 디커플링 현상이다.

이진복 박사는 “촛불혁명과 한반도평화의 정치충격은 보수 대 진보 진영론의 낡은 고정관념을 멸종시키는 정치적 ‘유성충돌’이었다”며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탄핵찬성 또는 한반도평화 긍정평가 80의 1부 리그와 탄핵반대 또는 부정평가 20의 2부 리그로 분리된 ‘두 개의 운동장’으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차재원 부산대 초빙교수는 현 정치상황에 대해 어설픈 혁신안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고, 완전한 해체와 기득권 내려놓기가 있어서 보수진영의 새로운 판 짜기가 가능하다고 봤다.

문제는 현 중심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이 독주해서는 유권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담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촛불혁명 1주년 기념행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각각 열렸다는 게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른바 ‘미투사건’이 주로 민주진영 인사들에게 나타났다는 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정당은 민심을 담는 그릇이고, 유권자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길 때 정치는 더욱 건강하고 발전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차재원 부산대학교 초빙교수는 “보수 진보를 떠나 정치가 세력 간 균형이 이뤄져야 생산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현 구도에서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틀 자체를 해체하고 완전히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면 새로운 정치세력과 함께 판이 짜여질 수 있다. 그러나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시적 처방으로는 정치적 혼란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고는 하나 향후 한국 정치를 이끌어갈 주체라는 데 주저하는 국민이 많다. 한국당 등 보수세력이 지방선거로 사망선고를 받은 이상, 한국정치의 주류세력을 대폭 교체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