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타선으로 구성된 우리 야구 대표팀이 대만의 실업리그 소속 투수들에게 제압당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이정후 1억1,000만원, 안치홍 3억2,000만원, 김현수 14억원, 박병호 15억원, 김재환 4억7,000만원, 양의지 6억원, 손아섭 15억원, 황재균 12억원, 김하성 3억2,000만원.

지난 26일 아시안게임 대만 전에 나선 대표팀 선발 타선 명단 및 그들의 올 시즌 연봉이다. 9명의 선수 연봉합계가 74억2,000만원에 달한다. 교체 투입된 박해민(2억9,000만원), 이재원(3억5,000만원)까지 더하면 80억원을 훌쩍 넘긴다.

대만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실업리그 소속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참가했다. 24명의 선수 중 프로선수는 7명뿐이다. 프로리그 구단들이 선수 차출에 난색을 표한 데다, 해외파 선수들도 합류를 꺼렸기 때문이다. 대만 대표팀 24명의 연봉 합계는 1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우리 타선이 대만으로부터 뽑아낸 점수는 고작 1점이었다. 안타도 6개 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더욱 씁쓸한 점은 우리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한 대만 투수 3명이 모두 실업리그 소속이라는 것이다.

물론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야구는 단기전에 적합한 스포츠가 아니다. 국내 프로리그에서도 꼴찌팀이 선두팀을 꺾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한 경기 승패보단 전체 리그를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패배는 씁쓸하다. 근래 국내 프로야구는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때문에 대표팀의 공격력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보단 리그 올스타에 해당하는 무결점 타선이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처럼 기대가 컸기에 무기력한 패배는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패배는 우리 야구가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한다. 프로야구는 명실공이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다. 소위 잘나가는 선수들이 FA계약 등을 통해 수백억을 손에 쥘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인기 덕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던 선수들도 일본이나 미국으로 건너가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비단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 같은 한국 선수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잘 나가던 외국인 용병 선수들 역시 일본이나 미국에선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지만, 리그 수준을 고민해볼 시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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