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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이 간다
[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안진걸이 간다⑥] 가맹점주 울리는 ‘비밀매각’ 방지법 마련돼야  
2018. 10. 05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밥버거 프랜차이즈 봉구스밥버거가 점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네네치킨에 회사를 매각돼 논란이 거지고 있다. 이선민 그래픽 기자
밥버거 프랜차이즈 봉구스밥버거가 점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네네치킨에 회사를 매각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날벼락 같은 일’이다. 주먹밥 프랜차이즈 봉구스밥버거가 점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몰래 회사를 네네치킨에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거세다. 본사의 주인이 바뀐지 한달만에야 안 가맹점주들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가맹점주들과 해결해야 할 채무가 40억원 가까이 있음에도 창업주는 이를 나몰라라 한 채 떠났고, 남겨진 피해와 실추된 이미지는 점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가맹사업법의 허점이 또 다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 가맹점주 몰래 회사 판 봉구스밥버거

봉구스밥버거 본사 매각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2일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달 전인 9월 초 회사의 매각 작업은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 회사의 창업주인 오세린 전 대표는 네네치킨과 지분 매각을 모두 마치고 떠났다. 지난달 3일부터 회사에는 네네치킨 측의 새로운 경영진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봉구스밥버거의 새 대표는 네네치킨의 현철호·현광식 대표로 변경됐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점주들은 까많게 몰랐다. 매각 당사자인 오세린 전 대표는 물론, 본사, 새 주인이 된 네네치킨 측에서도 매각 사실을 그동안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와서다. 그간 가맹점주협의회 측에서 시장 안팎에서 떠도는 매각설에 대해 사실 관계를 문의했지만 회사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난 1일 홈페이지에 대표자명이 바뀐 후에도 발표는 없었다. 결국 2일 언론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회사의 매각에 대한 공식 입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언론보도로 매각 사실을 접한 점주들의 심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터. 이들은 허탈감을 넘어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점주들에게 아무런 고지 없이 회사를 몰래 매각한 뒤 알리지 않아온 것 자체도 황당하지만, 무엇보다 무책임하게 떠난 오 전 대표에 대한 분노가 컸다.

오 전 대표는 25살이라는 나이에 단돈 10만원으로 주먹밥 노점상을 시작해 2011년 봉구스밥버거를 창업, ‘청년창업 신화’를 일군 인물로 유명했다. 봉구스밥버거는 가맹점이 1,000개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오 전 대표의 상습 마약 투약 혐의가 적발되면서 봉구스밥버거의 성장 신화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오너리스크’는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졌고, 가맹점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전가됐다. 그러는 사이 가맹점수도 줄어들어 지금은 매장수가 650개 정도로 위축됐다. 이에 지난해 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들은 오 대표의 마약 사건으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지자 집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봉구스밥버거 본사에서 네네치킨 현광식(왼쪽 세 번째) 대표이사와 한열(오른쪽 네 번째) 봉구스밥버거가맹점협의회 대표를 비롯한 점주들이 비밀매각 사태와 채무 문제 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봉구스밥버거 본사에서 네네치킨 현광식(왼쪽 세 번째) 대표이사와 한열(오른쪽 네 번째) 봉구스밥버거가맹점협의회 대표를 비롯한 점주들이 비밀매각 사태와 채무 문제 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점주들과의 법적 분쟁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오 전 대표는 떠났다. 그 사이 회사는 침묵했다. 오 전 대표의 행적은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맹점주들은 오 전 대표가 해결해야 할 채무를 정리하지 않고 회사를 넘겼다고 반발하고 있다.

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에 따르면, 점주들은 오 전 대표와 봉구스밥버거의 본사 요청으로 결제기기인 포스(POS)기를 변경했다. 기존업체에 물어야할 위약금은 오 전 대표가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를 져버리고 회사를 매각했다고 점주들은 주장하고 있다. 위약금에 따른 채무는 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먹튀 매각’도 뜨겁게 일고 있다.

◇ ‘먹튀 매각’ 논란에도 제재 수단 없어  

네네치킨 측은 점주들의 반발에 이같은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점주들의 불안감과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문제는 봉구스밥버거의 비밀 매각에 대해 제재를 내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가맹사업법상의 허점을 노리고 또 다시 부도덕한 행위가 일어났다”며 분개했다.

안 소장에 따르면, 현행법상 가맹본부가 회사 매각에 대해 사전 고지를 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는 법률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따로 법 조항이 없으니 가맹계약서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되지 않고 있다. 이에 회사가 가맹점주들에게 알리지 않고 회사를 팔아도 회사는 어떤 제재를 받지 않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가맹본부가 매각 시 가맹점주에 이를 사전 고지하는 법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사위크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가맹본부가 매각 시 가맹점주에 이를 사전 고지하는 법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사위크

다만 안 소장은 이같은 비밀 매각이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또 다시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법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과거에도 본사의 비밀매각으로 점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었다”며 “한국피지헛 본사 역시 점주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회사를 매각했다. 또 다시 이런 사태로 점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매각 시 사전에 가맹점주들에게 고지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를 인수한 네네치킨은 점주들과의 협의회를 구성해 상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이번 사태로 매각 시 사전 고지 문제에 대한 경감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공동의장은 “거의 야반도주격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본사 측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게 황당하다”며 “이번 사태로 드러난 법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공동의장은 “프랜차이즈사업협회에선 현재 다수의 가맹본부들이 위태위태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며 “또 다시 이런 ‘몰래 매각’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했다.

지난달 가맹본부나 임원이 위법행위나 가맹사업 명성·신용을 훼손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를 저질러 가맹점주 매출감소 등 손해가 발생하면 가맹본부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한 가맹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망의 허점을 노리고 가맹점주들을 울리는 본부의 횡포는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꼼수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