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감독 추상미의 첫 장편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해당 영화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
배우 겸 감독 추상미의 첫 장편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해당 영화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상처의 연대.” 추상미 감독이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이 같은 아픔을 가진 다른 민족의 아이들을 품었다. 지우고 싶은 개인의 상처이자 역사의 상처는 그렇게 선하게 사용돼 누군가에게는 한줄기 빛이 됐다.  

배우 겸 감독 추상미의 첫 장편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1951년 폴란드로 보내진 1,500명의 한국전쟁고아와 폴란드 선생님들의 비밀 실화, 그 위대한 사랑을 찾아 남과 북 두 여자가 함께 떠나는 치유와 회복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추상미는 영화 ‘접속’, ‘생활의 발견’, ‘누구나 비밀은 있다’ 등을 통해 실력파 배우로 활약하며 스크린을 사로잡은 데 이어 단편 영화 ‘분장실’, ‘영향 아래의 여자’ 등을 연출하며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추상미 감독은 15일 진행된 “폴란드로 간 아이들‘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와 감독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것에 대해 ”모든 예술 분야의 본질은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에 주제가 있고 이를 해석하고 분석해야 하고 또 어떤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배우는 작품에 임했을 때 내면에 몰두하고 외부적인 것을 끊고 세상과 분리된 느낌이 있다면 감독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열려있어야 하고 타인들과 소통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이슈에도 민감해야 한다. 그런 훈련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역사에서 잊힌 한국전쟁고아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 추상미 감독과 탈북 소녀 이송의 여정이 담겼다. 추 감독은 4년이라는 오랜 준비 기간에 걸쳐 폴란드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위대한 사랑의 흔적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추 감독은 이 특별한 여정을 통해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추 감독은 “취재하는 여정에서 우울증을 극복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라며 “산후 우울증이 아이를 향한 과도한 집착으로 나타났는데 우연히 다른 아이들과 고아, 세상을 향한 시선으로 바뀌게 되면서 굉장히 건강하게 그 상황을 극복하게 된 것 같다. 감사한 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전쟁고아들을 돌봤던 프와코비체 양육원 원장과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전쟁고아들이 보내진 나라들 중 폴란드에서만 유일하게 아이들이 선생님을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면서 “유제프 보로비에츠 원장님이 생전 처음 보는 동양 아이들을 보고 교육이 아닌 엄마, 아빠가 필요하다는 걸 직감했고 300명의 교사들에게 선생님이 아닌 엄마, 아빠로 부르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어 “(유제프 원장이) 90세가 넘으셨는데,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삶을 돌아봤을 때 가장 잘한 일이 북한 고아들을 돌봤던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해 뭉클함을 안겼다.

또 추상미 감독은 “폴란드 선생님들도 어렸을 때 전쟁을 겪었고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면서 “개인의 상처가 다른 민족의 상처를 품는데 선하게 쓰인 것처럼 우리의 아픈 역사의 상처도 선하게,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며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기획한 의도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통해) 거대한 주제를 느낀다기보다 본인들이 겪어낸 시련들이 선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믿음 혹은 메시지를 통해서 위안 받길 바란다”라며 “많이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관점으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폴란드로 비밀리에 보내진 한국전쟁고아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상처를 사랑으로 품은 폴란드 선생님들의 생생한 증언과 모습을 담은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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