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창궐’(감독 김성훈)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 NEW 제공
영화 ‘창궐’(감독 김성훈)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조선시대에 창궐한 야귀(夜鬼)라는 신선한 소재와 압도적인 스케일의 액션을 앞세운 영화 ‘창궐’(감독 김성훈)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전작 ‘공조’(2016)를 통해 액션 장르에 탁월한 감각을 자랑했던 김성훈 감독과 배우 현빈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충무로 대표 미남배우 장동건이 역대급 악역 연기를 소화했다. 170억 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창궐’이 가을 극장가를 장악할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야귀떼가 온 세상을 집어삼켰다!

밤에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 분)은 도처에 창궐한 야귀떼에 맞서 싸우는 최고의 무관 박종사관(조우진 분) 일행을 만나게 되고, 야귀떼를 소탕하는 그들과 의도치 않게 함께하게 된다. 한편,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 분)은 이 세상을 뒤엎기 위한 마지막 계획을 감행하는데…

▲ 리얼한 야귀의 구현 ‘UP’

‘창궐’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의 혈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영화는 듣도 보도 못한 ‘야귀’라는 신선한 크리처(creature)를 리얼하게 스크린에 구현해냈다. 하얗게 변한 동공과 검은 기운이 감도는 낯빛, 실핏줄 하나까지 사실감이 넘친다. 사람을 물어 피를 빠는 특성과 변이하는 과정에서의 야귀의 모습도 섬뜩하고 강렬해 몰입도를 높인다.

야귀떼에 맞선 자들의 치열한 혈투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안긴다. 특히 캐릭터 별로 다양한 무기 액션을 선보이는데, 이는 다채로운 액션 요소를 구성하며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청은 두꺼운 언월도를 변형한 장검, 박종사관은 날카로운 검, 덕희(이선빈 분)는 원거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 대길(조달환 분)은 스님의 지팡이를 변형한 창을 이용해 빠르고 정확한 액션을 구현한다. 또 조선의 백성들은 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끼를 사용, 생존을 위한 액션에 사실감을 더한다.

압도적인 스케일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17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창궐’은 200평 규모의 인정전, 150평 규모의 옥사를 비롯해 이양선, 밀각 등의 세트를 직접 제작해 웅장함을 더했다. 거대한 규모의 인정전에서 펼쳐지는 야귀떼와 이청, 이청과 김자준의 혈투는 화려하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으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창궐’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현빈(위)와 장동건 스틸컷. / NEW 제공
‘창궐’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현빈(위)와 장동건 스틸컷. / NEW 제공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위기의 조선에 돌아온 왕자 이청 역을 맡은 현빈은 인물의 변화되는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검술을 앞세운 압도적인 액션 연기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 후반부 펼쳐지는 현빈의 독무대는 ‘창궐’의 가장 눈에 띄는 명장면이다. 장동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으로 분한 그는 흡입력 넘치는 눈빛과 묵직한 액션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장악한 대세 신스틸러 조우진은 최고의 무관 박종사관으로 분해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무엇보다 영화의 일등공신은 야귀로 열연을 펼친 수많은 단역 배우들이다. 리얼한 분장에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력이 더해져 공포와 장르적 쾌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야귀가 탄생했다.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도 엔딩 크레디트에 주요 야귀 역할을 소화한 59명의 단역 배우들의 이름과 얼굴을 하나하나 담으며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을 포함해 야귀 역할을 소화한 보조출연자들은 약 300명에 달한다.

‘창궐’ 야귀버스터즈 스틸컷. (왼쪽부터) 박진우 조달환 조우진 이선빈 / NEW 제공
‘창궐’ 야귀버스터즈 스틸컷. (왼쪽부터) 박진우 조달환 조우진 이선빈 / NEW 제공

▼ 진부한 전개 ‘DOWN’

‘창궐’에는 이청과 김자준 외에도 야귀떼 소탕을 위해 뭉친 ‘야귀버스터즈’ 박종사관·덕희·대길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대길의 역할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승려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비중이 적고 별다른 존재감도 없다. 실제 대길을 연기한 배우 조달환도 언론배급시사회 후 “액션신이 많았는데 편집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정만식이 연기한 학수 캐릭터도 아쉽다. 이청의 충신인 학수는 이청을 살뜰히 챙기며 잔망스러우면서도 친근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과도한 캐릭터 설정으로 극의 흐름을 방해할 뿐이다. 현빈과 정만식의 ‘브로맨스 케미’도 기대 이하다.

스토리 전개도 진부하다. 야귀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힘없는 백성, 이를 이용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기득권층, 마침내 그들을 처단하는 정의로운 주인공 등 뻔한 전개가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대의를 위한 개인의 희생도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 총평

조연급 캐릭터들의 활용이 아쉽다. 색다른 설정으로 흥미를 끌었지만, 그 이상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조선시대 창궐한 야귀라는 신선한 소재를 진부하게 풀어낸 스토리 전개도 아쉽다. 하지만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신과 리얼하게 구현된 야귀떼의 모습은 170억이라는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배우들의 열연도 ‘창궐’을 꽉 채운다. 그리고 야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수많은 단역 배우들은 ‘창궐’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오는 25일 개봉. 러닝타임 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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