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7시즌 동안 이끌며 커다란 족적을 남긴 알렉스 퍼거슨 감독. /뉴시스·신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7시즌 동안 이끌며 커다란 족적을 남긴 알렉스 퍼거슨 감독. /뉴시스·신화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또 다시 ‘감독 찾기’에 나서게 됐다. 믿었던 조세 무리뉴 감독마저 부진한 성적과 각종 논란 끝에 물러나고만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맨유다.

맨유는 1986-87시즌부터 2012-13시즌까지 무려 27시즌을 퍼거슨 감독 체제로 보냈다. 부임 초기 리빌딩에 주력한 퍼거슨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첫해인 1992-93시즌을 시작으로 무려 13번이나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맨유가 지금의 위상을 얻게 된 것이 모두 퍼거슨 시대 덕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퍼거슨 감독이 오랜 기간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전술적 능력과 선수를 보는 눈, 그리고 카리스마 때문이었다.

퍼거슨 감독의 맨유는 27시즌 동안 다채로운 전술을 펼쳤다. 역습 위주의 전술로 재미를 보다가도 다음 시즌엔 180도 다른 점유율 위주의 전술을 선보이곤 했다. 같은 시즌에도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전술을 볼 수 있었다. 그때그때 선수 구성 및 상황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적용하면서도 안정적이었다.

선수를 보는 눈도 빼놓을 수 없는 퍼거슨 감독의 힘이었다. 이른바 ‘퍼기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선수들을 대거 키워냈고, 루니와 호날두를 성장시킨 것도 퍼거슨이었다. 박지성처럼 보이지 않는 능력이 큰 선수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물론 실패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육성과 영입 모두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퍼거슨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였다. ‘헤어드라이어’라는 별명을 가진 퍼거슨 감독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완벽히 장악했다. 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스타라 해도 퍼거슨에게 반기를 들면 맨유를 떠나야했다.

문제는 그가 떠난 이후다. 빈자리가 너무도 크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 이후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스 반 할, 그리고 무리뉴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모두 능력이 입증된 감독이었고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퍼거슨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13시즌 이후 리그 우승이 없다는 ‘팩트’가 이를 증명한다.

무리뉴 감독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의 전술적 능력에 물음표를 붙이긴 어렵다. 하지만 무리뉴는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했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 시절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졌다.

당분간 올레 군나르 솔샤르에게 임시감독을 맡긴 맨유는 또 다시 감독 찾기라는 어려운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맨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값비싼 세계 최고의 선수가 아니다. 퍼거슨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단 한 명의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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