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천만 배우’ 류승룡이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트리플 천만 배우’ 류승룡이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작정하고 돌아왔다. ‘트리플 천만 배우’ 류승룡이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코믹이면 코믹, 액션이면 액션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다. 천만 영화 ‘명량’(2014) 이후 흥행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던 류승룡은 그간의 부진을 씻어내듯 마음껏 날아다닌다. 류승룡, 죽지 않았다.

류승룡은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은 뒤 영화 ‘아는 여자’(2004)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2011년 영화 ‘고지전’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후 ‘최종병기 활’(2011)에서 청나라 최정예부대 수장 쥬신타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와 강인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2년 개봉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카사노바 장성기로 분해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 전작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7번방의 선물’(2013), ‘명량’(2014)까지 무려 세 작품에서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충무로 대표 흥행 배우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손님’(2015)과 ‘도리화가’(2015) 등과 지난해 개봉한 ‘염력’, ‘7년의 밤’ 등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극한직업’에서 류승룡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로 헤엄친다. 해당 영화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극한직업’에서 류승룡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로 헤엄친다. 해당 영화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은 류승룡의 부진을 씻어줄 기대작이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스물’(2015), ‘바람 바람 바람’(2018) 등을 통해 ‘말맛’ 코미디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극한직업’에서 포기를 모르는 마약반의 좀비반장 고반장 역을 맡은 류승룡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로 헤엄친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물론이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퀄리티 높은 액션신도 완벽 소화한다. 특히 ‘7번방의 선물’·‘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이후 오랜만에 류승룡표 코미디의 귀환을 알려 기대를 모으고 있다. 

류승룡이 ‘극한직업’을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승룡이 ‘극한직업’을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류승룡은 “관객이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택했다”고 말했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처음에는 긴장해서 경직돼서 봤는데 관객들하고 같이 보는 시사회에서는 마음이 편했다.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 많이 웃었던 것 같다. 관객들도 너무 좋아했다. 리얼한 반응들이 있어서 좋았다. 시나리오 자체에서 주고자 하는 목적이나 성과들을 영화에 많이 녹여낸 것 같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고, 형상화가 잘 안됐던 부분들을 음악이나 장면 전환, 분할 화면 등 여러 가지 것들로 촘촘하고 더 풍성하게 해준 것 같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전작 ‘염력’과는 결이 다른 코미디였다.
“‘염력’은 코미디라 하기엔 무리가 있는 장르다. 블랙코미디 성격이 강했고 SF 드라마였다. 내가 코믹적인 부분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모두가 웃음을 줬다. 치킨집 주인부터 경찰 서장까지 코믹감이 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부담이 덜했던 것 같다. 웃음협동조합 같은 느낌이었다. 편했다.”

-고반장 캐릭터가 매우 호감이었다. 웃기면서도 짠하고, 귀여우면서도 듬직한, 주변에 있을 법하면서도 있었으면 하는 인물이었는데 어떻게 해석했나.
“마약반이라 특별한 사람 같지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이자 아빠, 남편 그리고 직장인 혹은 소상공인이었다. 그런 점들이 맞닿아있기 때문에 공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응원하게 되고, 통쾌하기도 하고. 우리가 학습된 익숙한 형사가 악을 응징했다면 덜 했을 텐데, 소상공인 입장으로 악을 응징하니 통쾌했던 것 같다. 마약범이라서가 아니라 프랜차이즈를 망하게 해서 때린 느낌이랄까? 하하.”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를 소화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물론 코미디라는 장르가 생소하지 않고 반가웠지만 대사를 많이 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 호흡, 타이밍, 얼굴 표정부터 억양까지 모든 것들이 잘 맞아야 톡 하고 터지는 뭔가 있다. 그게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고민을 많이 했다. 진선규도 그렇게 긴 대사를 정확히 들리게 하면서 조곤조곤 전달을 하면서 톡 터트리는 게 어려운데 너무 잘 해줬다. 이동휘도 바른 소리를 하면서 웃기기 쉽지 않은데 그걸 해내더라.

이병헌 감독이 (대사의) 속도감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다. 본인은 느리면서. (웃음) 조금이라도 느린 걸 못 견뎌 한다. 템포가 있고 운율이 있었다. 그런데 그 템포를 놓치면 재미가 없어지더라. 조금이라도 다르게 하거나 늘어지면 바로 재미가 없다. 신기했다.”

류승룡이 흥행 성적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승룡이 흥행 성적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라는 명대사를 탄생시켰다.
“신기하게 처음 대본을 보면서 중얼거렸던 억양이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다. 리딩 때도 그렇게 했고, 감독님도 현장에서 한 번도 뭐라고 한 적이 없다. 너무 신기하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옹알이처럼 했던 대사가 예고편에도 계속 나온다. 운명처럼 다가온 대사 같다.”

-액션도 완벽히 소화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대학교 때 탈춤 동아리를 했었는데, 당시 배웠던 춤을 60,70대 분들이 너무 쉽게 추는 거다. 비결이 뭘까 고민했는데 오래 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아는 것 같았다. 액션도 그런 것 같다. 액션이 처음이었으면 앓아누웠을 테고, 인터뷰 때마다 액션신 얘기를 했을 텐데 다행히 ‘표적’이나 ‘거룩한 계보’를 통해 기본기를 심하게 다졌다. 그때 했던 것들이 이번에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다른 분들보다 수월하게 찍을 수 있던 것 같다.”

-이병헌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다음 작품 제안이 오면 무조건 할 거다. 신뢰를 많이 하게 됐다. 크랭크인 직전까지는 대화를 많이 했는데 촬영 들어가고 나서는 맡기는 편이다. 많이 다르거나 생각과 다른 것들만 가끔 짚어주고 나머지는 거의 맡겼다. 너무 편했다. 감독 스타일에 배우가 무조건 맞춰야 한다. 감독이 여러 배우들에게 맞출 수는 없지 않나. 빨리 파악해서 감독에게 맞추는 스타일 편이다.” 

-현장 분위기가 유독 좋았다고 들었다. 맏형의 역할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어떤 선배였나.
“선배로 안 있으려고 노력했다. 그냥 동료로 있으려고 했다. 물하고 사람은 낮은 곳으로 고인다고, 그런 것들을 깨닫고 나면서 후배들과 똑같이 지내려고 한다. 말수를 줄이고 조언한다고 얘기하지 않고, 무언가 물어봤을 때는 아는 범위 내에서 얘기를 해주고, 검색해서 알아봐 주기도 하고 그랬다. 기분 좋은 상태를 항상 유지하려고도 노력했다. 혹시라도 후배들이 신경 쓸까, 마음에 어떤 궁금증이 들지 않게 그렇게 했던 것 밖에 없었다.” 

-이번 작품을 두고 류승룡의 ‘재기’에 대해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은. 
“수치에 관한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그 (흥행하지 않은) 작품들도 수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 나 역시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다만 내가 다양하고 재밌는 이야기, 색다른 것에 대한 도전과 탐구를 선호하는 것 같다. 내가 보여주고 싶고, 재밌겠다 싶은 작품을 한 거다. 그렇게 선택했고 앞으로도 아마 그럴 거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거기에 더 나아가서 관객이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동안은 일방적으로 준비를 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도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
“우리 문화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훌륭한 작가, 훌륭한 감독 그리고 좋은 배우들이 정말 많이 있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장센들이 잘 표현된 비주얼 쇼크, 컬처 쇼크를 줬으면 좋겠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우리나라 배우들이나 작품들이 발돋움하는 창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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