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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염라언니’ 이정재의 완벽한 변신
2019. 02. 2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이정재가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소화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정재가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소화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야망으로 가득한 청춘, 야비한 도둑,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 두 얼굴의 독립군, 권력을 탐하는 수양대군에 이어 지옥을 다스리는 염라대왕까지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것이 없다. 이번에도 새롭다. 데뷔 후 처음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목사 캐릭터를 완성했다.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하고도 여전히 도전하고, 기어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야 마는 배우 이정재. 그가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비결이다.

이정재가 오늘(20일) 개봉한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로 관객과 만났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사바하’는 이정재의 5년 만의 현대극 복귀작이자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극중 이정재는 신흥 종교의 비리를 쫓는 종교문제연구소 소장 박목사 역을 맡았다.

‘사바하’에서 신흥 종교 단체의 비리를 추적하는 박목사로 분한 이정재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바하’에서 신흥 종교 단체의 비리를 추적하는 박목사로 분한 이정재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흥 종교 집단을 쫓다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며 혼란에 빠지는 박목사로 분한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을 이끈다. 평범한 목사와는 다른 가벼운 모습부터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진지한 모습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폭넓은 매력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정재는 영화 ‘도둑들’(2012)·‘암살’(2015)·‘신과함께-죄와 벌’(2017)·‘신과함께-인과 연’(2018)으로 콰트로(cuatro) 천만 배우에 등극하며 ‘티켓파워’를 입증했을 뿐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왔다. 전작 ‘신과함께’ 시리즈에서는 염라대왕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염라언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유의 목소리 톤과 독특한 발성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사를 소화해, 몇몇 대사들은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이정재가 ‘사바하’에서 박목사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재가 ‘사바하’에서 박목사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의미에서 ‘사바하’는 이정재 필모그래피에 조금은 다른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가 아닌 서사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이기 때문. ‘사바하’ 개봉을 앞두고 <시사위크>와 만난 이정재는 배우로서 욕심을 내려놓고,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이야기했다.

-박목사 캐릭터에 본인의 아이디어가 더해진 부분이 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아이디어를 내기보다 감독이 의도한 것을 이해하고 최대한 영화에 반영시키려고 노력했다. 해보지 않았던 장르였고, 장재현 감독이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잘 찍는 분야라는 것을 전작에서 느꼈기 때문에 최대한 믿고 맞추려고 했다.”

-박목사가 추리를 해나가면서 긴장감을 끌고 가야 하고 코믹적 부분도 소화해야 했다. 균형감을 맞추는데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 
“맞다. 영화가 시종일관 무겁게만 진행되면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감독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박목사가 처음에는 가볍게 스타트를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고,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표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나도 공감을 했고, 잘 반영시키려고 했다.”

-박목사가 신(神)에 대한 온도 차이를 보이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해석했나.
“박목사는 기본적으로 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기에 목사라는 직함을 유지하는 거다. 인간을 만들어놓고 왜 인간에게 이런 고통을 주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반항기가 있는 캐릭터다. 간혹 살다 보면 난관이나 어려움이 닥치지 않나. 그럴 때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겨’ 하면서 원망도 품게 되는데 박목사 캐릭터를 보면서 공감대를 느꼈던 것 같다.”

-영화에서 박목사의 전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짧게 대사를 통해 전달된다. 박목사의 과거를 담은 프리퀄 웹툰도 공개됐다. 박목사의 전사에 대해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박목사는 과거 가슴 아픈 사건을 겪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메인 줄거리와 정확하게 접목되는 부분은 없었다. 박목사를 연기하는 이정재로서는 어떻게 하면 (박목사의 아픔을) 더 잘 표현할까, 더 잘 보일 수 있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역시 메인 이야기를 더 재밌고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작은 욕심은 조금 뒤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을 기대하는 관객도 많은데, 확연히 다른 영화다. ‘사바하’만의 매력을 꼽자면. 
“‘검은 사제들’은 확실히 오컬트 장르다. ‘사바하’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영화에서 얘기하려고 하는 것과 감독이 의도한 주제는 다를 것 같지만, 인간을 얘기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장르로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정재가 네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재가 네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콰트로 천만 배우다. 천만 영화를 네 편이나 보유한 것에 대한 소감은. 
“일단은 내게 그 캐릭터를 제안해준 게 제일 고맙다. 또 캐릭터를 잘 만들 수 있게 도와준 감독과 스태프, 같이 연기한 동료 배우들도 감사하다. 그리고 당연히 빠질 수 없는 관객들 역시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사실 천만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놓고 천만 이하냐 이상이냐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그래도 관객들이 많이 봐주신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고, 쉽게 얻을 수 없는 관객들의 사랑인 건 분명한 것 같다.”

-특유의 톤 덕에 유행어도 생기고, 따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제는 목소리 연기를 따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서운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운 일이다. 일부러 톤을 강조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다. 영화 ‘신세계’ 속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요’라는 말은 텍스트로 보면 굉장히 애매한 대사였다. 그런 말을 요즘 누가 사용하나 싶었다. 그래서 박훈정 감독한테 부자연스럽다고 빼자고 했었다. 결국 하게 됐는데, 연기자는 대사를 말같이 소화해야 하니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했던 기억이 난다. 특별하게 톤을 고민하고 독특해 보이려고 대사를 했던 적은 거의 없다. 장면에서 원하는 긴장감이나 재미적인 요소를 위해 조금 더 잘해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은데, 관객들이 독특하게 받아들여주신 것 같다.”

-톱스타, 톱배우의 느낌에서 최근 친근한 매력이 추가됐다.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의도한 부분이 있나. 이미지 변신에 대한 생각은.
“딱히 그런 건 없고, 나이를 조금씩 먹으니까 자꾸 선배에 대한 예우를 해주는데 부담스럽더라. (후배들에게) 선배가 아닌 그냥 동료라고 얘기를 하고, 그렇게 대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조금 더 친근 혹은 가볍게 된 것 같다. 후배들 눈치도 본다. 너무 대접해주려고 하는 그들의 불필요한 노력이 오히려 같이 작업하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대중과도 많이 밀접해진 것 같다. 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고, 내가 했던 연기가 1차적인 효과라면 관객들이 따라 하면서 2차, 3차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거라서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바하’에서 호흡을 맞춘 후배 박정민(정나한 역)에게 ‘후배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라고 했다고 들었다.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함께 잘 나아가기 위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우리도 선배에게 받은 유산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영화 사업을 산업으로 만든 것은 선배들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그 유산은 내 것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다시 가야 되는, 전달이 돼야 하는 유산이다. 더 잘 키우고 만들어서 (후배들에게) 전달을 해야지, 덕만 보고 전달할 수는 없지 않나.”

이정재가 슬럼프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재가 슬럼프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93년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뒤 26년이 흘렀다. 그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슬럼프도 있었고 연기적으로도 욕심만큼 표현이 안 된 시절도 있었다. 그로 인해서 스트레스도 받았고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건가에 대한 고민과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그랬다.”

-슬럼프를 작품의 흥행과 연결 지어도 되겠나.
“영화는 흥행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데 일을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그게 슬럼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마음 자세를 얘기한 거다. 시나리오를 굉장히 까다롭게 고르던 때가 있었다. 그때가 슬럼프였다고 생각하는데, 제안을 받는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까다롭게 고른다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시나리오나 프로젝트 상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같이 채워나가는데 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그런 마음으로 작품 생활을 하고 있다. 나이를 먹다 보니 마음을 추스르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있는 것 같다. 사는 건 다 비슷하다. 슬럼프가 올 때도 있지만 마음을 잘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 계획은 없나.
“드라마 제의가 1년에 한두 개 정도씩 들어온다. 그렇게 많이 들어오진 않는다. 하하. 그런데 스케줄이 잘 안 맞았다. 방송은 편성을 먼저 받아놓고 제안이 들어오는데, 당시 촬영하는 영화를 끝내고 나서 들어가야 해서 스케줄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던 것 같다. 드라마도 하고 싶다. 2시간 안에 끝나는 이야기보다 2시간이 넘는 이야기가 재밌는 콘텐츠가 많지 않나.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를 재밌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에 많은 제안을 기대하고 있고, 빨리 골라서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