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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한국사람 됐다”던 샘 오취리, ‘한국사랑’ 어디에
2020. 08. 26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지난해 KBS2TV '안녕하세요'에 출연해 한국 국적 취득사실을 공개했던 샘 오취리 / KBS2TV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지난해 KBS2TV '안녕하세요'에 출연해 한국 국적 취득사실을 공개했던 샘 오취리 / KBS2TV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얼마 전에 영주권 시험에 합격했다.
이제 여권 없는 한국 사람이다.

… (중략)  

한국 사회의 이해라는 수업이 있다.

역사, 경제, 사회 모든 분야를 가르치는 그 수업 듣고 시험에 합격했다.

가나 아칸족 출신인 방송인 샘 오취리는 지난해 KBS2TV ‘안녕하세요’에 출연해 ‘한국 사회의 이해’라는 수업을 받았으며, 이젠 어엿한 한국 사람이 됐다며 기뻐했다. 대중 역시 그의 남다른 한국 사랑과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시점, “여권 없는 한국사람”이 됐다던 샘 오취리는 논란에 논란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첫 논란은 의정부고 학생들이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영상에서 시작됐다. 의정부고 학생들의 패러디 졸업사진을 보고 샘 오취리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 ‘관짝소년단’은 관을 들고 여러 청년들이 흥겹게 춤추는 가나의 장례문화 영상으로, 온라인상에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사진, 영상을 일컫는 말)으로 소비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명 '관짝소년단' 영상 /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명 '관짝소년단' 영상 / 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패러디와 관련해 지난 6일 샘 오취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 웃기지 않다. (블랙 페이스 분장은) 흑인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샘 오취리는 ‘무지하다’는 뜻의 ‘ignorance’와 K팝을 깎아내리는 표현인 ‘teakpop’ 단어를 해시태그로 걸었으며, 모자이크처리가 되지 않은 학생들 사진을 함께 첨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악의적이라는 비판을 얻었다. 

영국 BBC 사운즈 ‘포커스 온 아프리카’ 프로그램은 13일(현지시각) 샘 오취리를 ‘한국의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블랙맨’으로 소개,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샘 오취리는 “내가 한국 대학 다닐 땐 거의 유일한 흑인이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라이베리아, 가나, 르완다 등 아프리카 대륙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며 “아프리카 대륙에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 차이에 대해 배우거나 잘 알지 못한다. 아프리키와 한국은 서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거리감을 줄이고 싶어 연예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BBC 한 프로그램에서 흑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태도를 밝힌 샘 오취리 / BBC 홈페이지
영국 BBC 한 프로그램에서 흑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태도를 밝힌 샘 오취리 / BBC 홈페이지

‘흑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태도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그는 “내 한국 친구들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흑인에 대한 이미지가 생겼다고 했다”며 “한국인들은 아프리카의 다양성을 배우고 접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텔레비전 등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흑인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이는 특별히 한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고 전했다. 

또한 의정부고 관련 논란에 대해 “학생들이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흑인 분장을 한 게 아니라, 패러디를 제대로 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을 안다”며 “다만 흑인들이 블랙 페이스를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별’을 받았다는 느낌이 주관적인 만큼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흑인으로서 인종 차별을 느끼고 이를 털어놓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다문화시대에 접어든 만큼 그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가 여러 인종을 바라보는 자세를 되새겨볼 필요도 있다. 다만 이러한 ‘인종 차별’을 지적하고 나섰을 땐 본인 역시 여러 인종에 대해 평등한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할 터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과거 샘 오취리의 행동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샘 오취리는 JTBC ‘비정상회담’ 패널로 출연할 당시 눈을 양쪽으로 찢는 듯한 행위를 한 바 있으며, 이를 두고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 비하 행동이 아니냐는 대중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샘 오취리가 성희롱 동조 논란으로 다시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샘 오취리가 성희롱 동조 논란으로 다시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샘 오취리는 해당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다시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과거 SNS에서 샘 오취리가 성희롱 동조를 의심케 한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회자되고 있는 것.

지난해 3월 샘 오취리는 자신의 SNS에 박은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고, 해당 게시물에 한 해외 네티즌은 “귀엽네. 흑인에게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Cute once you go black you never go back)고 댓글을 남겼다. 해당 댓글에 샘 오취리는 동의의 의미를 내포한 “preach” 영단어를 답글로 남겼다.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샘 오취리는 본인의 SNS 계정을 삭제한 상태다.

지나친 발언과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샘 오취리 /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지나친 발언과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샘 오취리 /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사실 샘 오취리의 성희롱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샘 오취리는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최여진을 보며 “많이 예쁘다. 예쁜 얼굴에 몸매도 착해서 좋다”며 몸을 스캔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바 있다. 그의 저돌적인 눈빛에 규현은 “너무 위아래로 훑지는 마라”고 자제시키도. 하지만 샘 오취리는 “가나에서는 몸부터 본다”고 답하며 눈길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스러운 모습으로 사랑을 받았던 만큼 샘 오취리의 최근 소식들은 대중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현재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하차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광복절 74주년을 기념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인증샷을 공개했던 샘 오취리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광복절 74주년을 기념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인증샷을 공개했던 샘 오취리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비록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이지만, ‘가나인’이란 사실만으로 무마됐던 도를 넘었던 말과 행동들. 그의 ‘한국사랑’에 대한 진정성을 되돌아보게 만들기 충분하다. 태극기를 손에 들고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선조들의 희생에 감사함을 표했던 샘 오취리. 그의 ‘한국사랑’이 보여지기식이 아닌 진심이었길. 이젠 어엿한 ‘한국청년’인 샘 오취리를 향해 씁쓸함이 감도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