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훈이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으로 관객 앞에 선다. /싸이더스
배우 김태훈이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으로 관객 앞에 선다. /싸이더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데뷔 20년 차 배우 김태훈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선과 악을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연기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에서도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따뜻한 미소부터 차가운 눈빛까지, 인물의 극과 극 얼굴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좋은 사람’은 교실 도난 사건과 딸의 교통사고, 의심받고 있는 한 명의 학생 세익(이효제 분)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교사 경석(김태훈 분)이 의심과 믿음 속에 갇혀 딜레마에 빠지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단편 ‘Family’(2012)로 제1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정욱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극 중 김태훈은 모든 상황에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고등학교 교사 경석으로 분했다. 반에서 갑자기 생긴 도난 사건을 시작으로 딸의 교통사고까지 자신의 반 학생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갈등에 빠지는 인물이다. 

‘좋은 사람’은 믿음과 의심, 거짓과 진실 앞에 혼란을 겪게 되는 경석의 시선으로 극이 전개되는데, 경석으로 분한 김태훈은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힘 있게 이야기의 중심을 끌고 가는 것은 물론,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2’와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지난 4월 종영한 tvN ‘나빌레라’까지, 연이어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김태훈은 ‘좋은 사람’으로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김태훈은 “메시지뿐 아니라 영화적 재미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좋은 사람’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좋은 사람’에서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 김태훈. /싸이더스
‘좋은 사람’에서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 김태훈. /싸이더스

-처음 시나리오를 본 느낌이 궁금하다.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했나. 
“아주 대단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긴장감 있게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거기에 여러 질문이나 고민을 던져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재밌는 작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택한 이유는. 
“그동안 독립영화들을 몇 편 해왔고 좋은 감독,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왔던 경험과 기억이 있고 즐거웠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대중들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될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더라. 나는 즐겁게 작업했지만 보는 분들과 함께 소통하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 지점에 대해 정욱 감독과 솔직한 고민을 나눴는데, 꼭 함께 하고 싶다고 신뢰를 해줬다. 감사한 일이기도 하고 든든한 힘이 되기도 했다. 소탈하게 진심을 나누며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욕심도 생기고 노력해볼 수 있겠다는 각오가 생겨서 참여하게 됐다.” 

-정욱 감독이 ‘웃는 모습이 예뻐 경석 역에 캐스팅했다’고 했는데, 영화에 경석의 웃는 얼굴이 정말 많이 담겼더라.      
“기분 좋고 감사한 말씀이다. 내게도 그런 말을 했는데, 촬영에 들어가서는 기억하지 못했다. 경석은 좋은 사람이고 싶기 때문에 사건에 연루된 상황에서도 기계적으로 미소를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미소를 짓는 게 몸에 밴 사람. 그런데 그런 미소 말고 이 사람이 진심으로 활짝 웃는 모습이 아주 짧게라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래야 진짜 경석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경석에게 공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욱 감독에게 제안을 했고, 중요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보며 진심으로 활짝 웃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선생님 캐릭터를 위해 고민하거나 준비한 게 있다면. 
“따로 선생님 만나거나 조사를 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냥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일까 고민했다.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대하는 것과 아빠와 남편으로서 가족들을 대하는 모습, 전체적으로 경석이 갖고 있는 모습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고 준비했다.” 

-감정의 진폭이 굉장히 큰 인물이었다. 감정이 쌓여나가는 과정과 터졌을 때의 감정들을 농도나 깊이를 달리해서 표현했어야 했는데, 어렵진 않았나. 어떻게 조율해나갔나. 
“항상 순서대로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잘 고민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이 감정이 어떻게 쌓여서 폭발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산을 하진 않았다. 시나리오에 쓰인 각 장면마다 경석의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을 공감할 수 있도록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심으로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체가 완성되지 않을까, 결과물을 보면 경석의 감정이 이랬구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한 장면 한 장면 고민하며 만들었다.” 

‘좋은 사람’에서 경석으로 분한 김태훈 스틸컷. /싸이더스
‘좋은 사람’에서 경석으로 분한 김태훈 스틸컷. /싸이더스

-정욱 감독은 어떤 연출자였나.  
“항상 웃고 말도 조심조심하는, 누가 봐도 굉장히 선한 사람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는 정말 집중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마지막까지 쏟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배우가 진심으로 했는데, 그 중심에 정욱 감독이 있었다. 감독의 진심과 마음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고민하는 감독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고 감사한 마음이 컸다.”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사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겠다.
“좋은 사람이란 어떤 것인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말하는 것이 같이 살아가는 한 일원으로서 좋은 사람이고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고민들을 항상 해왔다. 경석은 나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는 인물이지만, 잘 결합시켜서 역할을 해보고 경험해보면 내 고민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되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얻었나.  
“아직도 어려운 질문인 것 같고, 살면서 계속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는 착하고 선하기만 하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작게는 가족, 넓게는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나의 마음을 지키면서 폭력적이지 않게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고 상대방의 마음도 잘 헤아릴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찍기 전에도 고민을 했고 찍고 나서, 또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또다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래서 솔직히 피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유는 내가 생각한 만큼 하고 있지 않은 게 아닌가, 말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당장 현장에 다니면서 내가 매니저 친구를 위해 말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그 친구를 위하는 척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이런 자잘한 것 하나까지 그런 기분이 드니 괴로운 거다. 하나하나 부끄럽고 그렇더라. 그래서 정말 잘 살아야겠다,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김태훈이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으로 관객 앞에 선다. /싸이더스
배우 김태훈이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으로 관객 앞에 선다. /싸이더스

-‘가족입니다’ ‘나빌레라’ 등 최근 선보인 작품들이 연이어 대중의 호평을 받았는데.  
“기분 좋고 감사하다. 내 연기를 좋아해 주는 것도 좋고, 배우는 작품을 빛나게 하기 위해 하나의 역할을 하는 직업인데 그 작품을 좋아해주고 사랑해 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힘이 되고 정말 좋다. ‘좋은 사람’도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게, 좋게 봐주셨더라. 기분이 좋고 감사하고 그런 마음이다.”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어떤 작품을 봤을 때 배우가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 영화가 좋아지고 그 감독의 작품이 좋아지고 그렇더라. 나로서가 아니라 그 인물로서 살아 있고 진심으로 느끼고 말을 뱉고 행동할 때 관객들에게도 전달이 된다고 생각한다. 욕심만큼 되진 않지만, 그렇게 계속 만들어가고 싶고 노력하려고 한다.” 

-선과 악을 모두 아우르는 배우로 꼽히는데. 
“잘생긴 얼굴이라는 표현보다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다.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다양하게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내 마음 안에도 선과 악이 다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다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현재 여러 작품을 준비 중인데, 캐릭터들이 다 다르다. 멜로의 감정도 있고, ‘빌런’ 같은 느낌도 있다. 고뇌하는 역할도 있고 비열한 모습도 담겨 있다. 다양하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돼서 기대가 되고, 더 고민해서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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