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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가 만난 사람들
"중상부담, 중상복지의 독일식 모델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모델"
"문재인호, 중도층 아우르려는 방향성 긍정적"
"박근혜 대통령, 남북문제 전향적 모습 필요"
"국민들, 가난보다 불공정에 노한다"
[김두관 새정치 김포위원장 인터뷰] “홍준표 선별급식, 노이즈마케팅이다”
2015. 03. 25 by 정계성 기자 minjks@gmail.com

▲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김포 도보순례 중에 만난 시민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가장 좌측에 있는 정왕룡 김포시의회 운영위원장이 안내를 자처했다. <사진=정계성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소설 삼국지에서 유비는 참 극적인 캐릭터다. 가난했던 촌에서 시작해 황숙(황제의 숙부)의 자리까지 오르는 영광을 누렸지만, 조조와 여포 등 강자들의 틈바구니 속에 승전보다는 패전이 많았고 적장을 사로잡기 보다는 퇴각한 적이 더 많았다. 그러나 여기에 굴하지 않고 고향과 정든 터전을 등지는 절치부심 끝에 유비는 중국사 정통인 촉한을 세우는 저력을 보여줬다.

우리 정치사에도 유비와 같은 극적인 인물이 하나 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현 새정치민주연합 김포지역위원장)다. 마을 이장과 지역언론 <남해신문> 발행인으로 시작한 그는 남해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2010년에는 야권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영남권 광역자치단체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영광도 잠시, 2012년 대선과정에서 그는 경남도지사직을 던지고 민주당 대선경선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경선에서도 떨어졌고, 야권 입장에서 힘들게 얻은 경남도지사직을 포기하면서 지지자들의 원성도 샀다. 여기에 지난해 김포 재보선에서는 정치신인에게 패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두관 전 지사의 정치생명에 우려하기도 했다.

“경남도지사가 된 후 공중파 방송 등 주요 언론에서 대권주자로 집중 조명해줬다. 이장에서 시작해 행자부 장관, 경남도지사까지 화려한 이력을 소개하며 거물급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고마운 일이지만 이면에는 결코 편치만은 않은 길이 있었다.

경남에서만 선거를 8번 치러 3승 5패를 했다. 군수 두 번에 도지사 한 번 승리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패했다. 김포에서의 패배까지 포함하면 전적은 9전 3승 6패다. 나는 승보다 패가 더 많았다.”

그는 우려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려줬던 고향을 등지는 어려운 선택을 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갔다. 그는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곳은 경남이고 정치적으로 키워줄 곳은 김포다. 김포를 제2의 고향으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반을 모두 잃고 암울한 상황에서도 조용히 ‘적벽대전’을 준비했던 유비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시사위크>에서는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김포 지역위원장을 맡아 2차 김포 도보순례에 나선 김 전 지사를 찾았다. 김포시의 모든 길을 직접 걸으면서 김포를 몸으로 배우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전 지사의 2차 김포 도보순례는 2014년 3월 20일 오후 3시 북변동 구터미널에서 시작했다.

- 김포 도보순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김포는 지난해 재보선에 처음 왔고 여기에 정착한지 6개월이 넘었다. 선거 유세 당시 김포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사실 차량 안에서 지나치듯 본 것이 대부분이다. 반드시 직접 발로 뛰어 감춰진 구석까지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 김포시는 넓은 도시다. 그 중에서도 원도심을 첫 번째 장소로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김포 신도시 지역은 사람들이 점점 유입되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잘 진행되고 있다. 반면 원도심은 사람들이 점점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과 난개발 문제가 존재한다. 김포 뿐만 아니라 신도시 개발이 진행 중인 대부분의 지역이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 김포 도보순례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김두관 전 지사.
- 원도심 주민들과 접점을 넓히는 이른바 ‘민심행보’로 봐도 무방한가.

“민심행보라고 할 만큼 거창한 것은 아니다.(웃음) 김포가 아파트가 많아져 인구가 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등 발전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양적’ 발전은 있었지만 문화나 여가 시설 등 ‘질적’ 발전은 부족하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있었다. 단지 이런 의견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김포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 김포 제일교회를 시작으로 김포 종합운동장까지 돌아봤다. 소감이 어떠한가.

“일단 김포가 유서깊은 도시라는 것을 느꼈다. 구청사나 구경찰서 등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이 있고, 교회의 역사도 깊다는 사실을 배웠다. 동시에 원도심의 상권이 어렵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피부에 와 닿는다.”

- 구도심의 상권이 어려워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전국적인 문제인 것 같다. 이런 구도심들이 살아나려면 정치권이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김포 원도심 같은 경우 100년 넘는 건물이나 사적이 존재한다. 각종 규제법과 다양한 이권이 겹쳐있는 등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 이런 경우 독일에서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전통문화를 접목해 원도심을 활성화 시킨 사례가 있다. 우리도 비슷한 관점에서 마산 원도심 재생 플랜을 시험중인 것으로 안다.

정치권에서 할 일은 뒤에서 힘 있게 밀어주는 것이다. 가우디가 스페인의 바로셀로나를 디자인 했다고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나는 가우디를 밀어줬던 바로셀로나 시장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심해 쉽지 않은 문제다.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포 원도심 도보순례를 마치고 김포 아트센터에서 김 위원장과 마주 앉아 차 한잔의 여유를 가졌다. 2시간이 넘는 도보이동이었지만 그에게 피곤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며 더욱 열의에 찬 모습이었다.

- 정치이력을 보면 현직에 있을 때보다 지금처럼 바닥민심을 살펴야 하는 야인시절이 더 많았다. 가족들이 정치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았는가.

“대한민국 모든 정치인의 아내들 중에 정치인의 길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 정치보다는 안정된 삶을 원하니까. 나는 아내에게는 결혼 전부터 정치를 할 것이고 넉넉한 살림을 꾸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결혼했다. 물론 아내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웃음)

남해신문을 운영하던 시기 하루는 우리 아이가 나중에 크면 남해신문 같은 회사는 다니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바빠서 얼굴보기도 힘들고 자기들과는 놀아주지도 않는다고 하더라. 아내가 좋은 남해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잘 이해시켜준 것 같다.”

- 예전 공직자 재산공개현황을 보면 매우 검소한 측에 속한다. 가족들의 고생이 심했을 것 같은데.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렵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주어진 여건에서 생활하는데 익숙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을 크게 안했을 것이다. 아이들도 머리가 비상하거나 뛰어나진 않지만 건강하고 평범하게 잘 커서 직장에 잘 다니고 있다. 지금은 아버지가 사회발전과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참 고맙게 생각하는 점이다.”

▲ 김두관 전 지사가 김포 원도심 지역의 현실적인 문제를 듣고 고민에 빠져있다.
- 정치에 투신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가. 원점에서 정치판에 왜 뛰어들게 됐는가.

“내 좌우명이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말이다. 송나라 시대 육상산이라는 유학자가 논어를 변형해 남긴 말이다. 백성은 가난에 노하기보다는 불공정에 노한다는 뜻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샘터’라는 교양잡지에서 처음 접한 뒤 내 좌우명이 됐다.

모든 사람이 결승점은 다를지언정 적어도 출발선은 같아야 한다는 게 확고한 내 신념이다. 내 신념을 펼치기 위해 정치에 투신했다. 여기에는 일종의 소명의식도 작용한 것 같다. 격동기 급속한 발전을 거치며 우리 사회가 학연·지연이나 로비 등 불공정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고 최근에는 격차가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 사회격차가 심해지면서 ‘형평’이라는 가치가 점점 실현되기 어려운 시절인 것 같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증세와 복지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사회 중산층이 무너지고 상위 20%가 다수의 부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여기에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사회안전망도 결코 튼튼하다고 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이걸 가만 보고 있으면 절대 안 된다. 정치권에서 증세와 복지를 통해 격차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고 본다.

원론적으로 가장 좋은 모델은 고부담 고복지의 북유럽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중상부담 중상복지인 독일식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모델이라고 본다. GDP대비 복지지출 비율이 OECD국가 평균이 20%인데 한국은 10% 수준이다. 평균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다. 장기적으로 독일식 모델을 가야한다면 증세는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보편적 급식을 중단하고 선별적 급식으로 선회했다. 전임 지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남도 1년 예산은 7~8조다. 그런데 전체예산에서 0.5%에도 못 미치는 257억이 없어서 무상급식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슈 한 가운데 서려는 노이즈마케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나는 경남도민에게 ‘원죄’가 있다. 할 말은 많지만 아끼고자 한다. 도민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 정치이야기가 나온 김에 중앙정치 이야기도 해보자. 최근 선거구 재획정, 선거제도 개편을 다룰 정개특위가 국회에서 출범했다. 김포도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걸려있다.

“일단 헌법재판소에서 선거구별 인구를 기존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했다. 선거제도에 따라 분구가 될지, 중대선거구로 될지는 모르지만 유권자수가 계속 늘어나는 김포는 국회의원이 한 명 더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선거제도의 경우는 민의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사표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전형적인 승자독식 형태다. 지난번 내가 김포에 왔을 때 43%라는 적지않은 표를 얻었는데 다 사표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형태에서 승자는 100% 대한민국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지지자들인 51%를 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시민들과 대화 중인 김두관 전 지사.
-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체제로 개편됐다. 지역위원장으로서 문재인호를 평가한다면.

“소득주도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 등 경제대안이 있는 정당으로 자리매김 하려는 것 같다. 중도층을 아우르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아직 문재인호를 평가하기에는 시기가 조금 이른 것 같다. 코앞에 4.29재보선이 있고 내년총선도 있는데 문 대표가 처음으로 자기 정치를 시작하는 만큼 꼭 성과를 내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

- 평소 경제정책 보다는 정치가 바로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문재인 대표와는 방향이 조금 다른 것인가.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치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게 핵심이다. 정치를 통해 국가의 미래전략과 먹거리, 비전있는 아이템을 찾아 방향을 제시하고 성장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독일이 유럽에서 잘 나가는 이유가 부품소재 사업이나 자동차 등 인프라가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전략 강소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밀어주는 등 정책적 서포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일의 초대 총리부터 현 메르켈 총리까지 정부의 리더십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런 관점에서 핵심은 정치고 정치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이다.

우리도 김대중 대통령 시절 IT와 벤처육성으로 IT강국이 되지 않았나. 이처럼 국가는 현실보다 한 발 앞서서 미래산업에 대해 고민하고 이끌어야하는 과제가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로 정치다. 결과는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지금 박근혜 대통령도 창조경제를 통해 미래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정치권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대통령에 대한 존경지수와 국민의 행복지수는 비례한다.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례해서 움직인다는 것은 확실하다. 현 정부가 국정 3년차를 시작하는데 국민 행복을 위해 이런 사실을 참고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남북평화와 안보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남북문제에 대해 조금 전향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은 사실상 성과가 하나도 없었다. 올해가 분단 70년인 만큼 6·15선언을 승계해 통일 기반을 성숙하게 닦는데 최적의 시기라고 본다.

또 대통령에 당선될 때에는 100%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며 통합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측근 인사를 한다든지 영남인사 중용으로 지역적 분열이 심하다.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경제살리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첫 과제는 국가 안위를 지키는 외교와 안보이고, 다음은 국민통합이다. 진정으로 동서화합이나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세대·지역·계층 갈등을 잘 아우르는 화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이뤄도 성공한 정권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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