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유저 속마음 알아보기' 강연이 열렸다.<시사위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유저 마음은 모른다.”

 

게임회사 UX(사용자 경험) 분석팀의 솔직한 속마음이다. 유저도 모르는 유저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심리학, 통계학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투입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에 숨겨진 잠재적 속마음을 어떻게 하면 속속들이 캐낼 수 있을까.

◇ 어디로 튈지 몰라… 유저 행동패턴 5가지 분석 방법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첫 날인 25일, 판교 사옥 1층 ‘1994 HALL’에서는 참가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넥슨코리아 UX 분석팀 한이음·이고은 사원이 ‘UX분석을 통한 유저 속마음 알아보기’를 주제로 웃지 못할 해프닝들을 공개해서다. 게임 내에서 유저가 어떤 행동패턴을 보이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업무다.

유저의 행동패턴과 속마음은 게임개발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어떤 게임이든 완성된 형태로 출시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유저가 실제로 게임을 접했을 때의 반응을 참고해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최종본이 시장에 나온다. 두 강연자는 실무에서 겪었던 생생한 유저 마인드 분석기를 참가자들에게 공개했다.

 

▲ '유저속마음 알아보기' 강연 발표자 넥슨 한이음, 이고은 사원.<시사위크>

유저 속마음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무기는 5가지가 있다. ▲설문조사 ▲포커스그룹 테스트(FGT) ▲포커스그룹 인터뷰(FGI) ▲일대일 사용성 테스트(UT) ▲UX 로그분석 등이 있다. 같은 테스트라 하더라도 게임에서 무기를 바꾸듯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차용해 조사를 진행하면 훨씬 실제에 가까운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모바일 MMORPG ‘메이플스토리M’의 경우 UT 방식이 사용됐다. 진행자와 유저가 일대일로 대화하며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1시간 반의 시간 동안 유저는 개발진이 의도한 흐름과 달리 게임을 진행했다. 특히 초반에 지급된 이동 아이템을 장착하지 못하거나, NPC를 만나지 못하고 다른 단계에서 엉뚱하게 헤매기도 했다.

실제 유저의 플레이 상황을 지켜본 UX팀은 유저의 혼란스러운 속마음을 캐치했다. 한이음 사원은 “유저가 이동 아이템이 지급된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착안해, 지급 후 자동 장착기능을 추가해 보완했다”며 “퀘스트 상세내용을 잘 읽지 않고 넘긴 후 나중에 당황한다는 문제를 알고, 이후 직관적 설명이 담긴 정보 창을 추가해 초반에 유저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 불편함 없애고 편의성 극대화… 유저 ‘취향저격’

온라인 액션 RPG ‘마비노기 영웅전’ 또한 유저의 의견수렴 과정을 꼼꼼히 거쳐 탄생했다. UX팀은 해당 게임의 플레이 현황을 파악하던 도중, 특이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던전 플레이 입장 전, 5~10분의 시간 동안 게임을 떠나는 유저가 속출한 것이다.

이에 UT를 통한 일대일 관찰에 들어가, 이 구간의 동선 파악에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유저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올바른 게임진행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전혀 상관없는 곳을 오가는 동안 피로도가 쌓여 게임을 포기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가이드가 없다는 점을 파악하고 동선을 직접적인 발자국으로 안내하는 수정작업을 거쳤다.

 

▲ NDC '유저 속마음 알아보기' 강연 참가자들로 강당이 빽빽이 들어찼다.<시사위크>

같은 게임에 같은 요소를 질문해도 타겟 유저에 따라 최적화된 설문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모바일 RPG ‘레고 퀘스트앤콜렉트’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사랑받는 게임이다. 그러나 성인유저에게 묻듯 ‘만족도’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경우 답변은 “재미있다” 등으로 한정된다.

 

결국 어린이에게는 설문도 일종의 놀이처럼 다가가야 한다. 답변자의 연령과 수준에 맞게 ‘지금의 기분은 어떤가’ ‘왜 그런가’ 등의 직관적 질문을 던지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그림으로 기분을 표현하는 등 다채로운 방법이 가능하다.

이고은 사원은 “테스트 전의 예상과 유저의 실제 움직임은 너무도 다르다”며 “유저의 속마음은 말과 행동 속에 숨어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들의 취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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