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 신세가 연장된 이재용 부회장. 그의 부재로 인한 위기는 없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징역 5년의 실형을 면치 못했다. 이로써 삼성 오너일가 중 처음으로 구속됐던 그는, 또 한 번 삼성 최초의 길을 가게 됐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으로 규정했고, 우리 사회 및 경제에 상당히 큰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 국민은 헌법상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국민전체 이익을 위해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 판단하고, 또 사회·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대기업은 합법적이고 건전한 활동으로 이익을 창출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리라 기대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대통령의 직무공정성과 청렴성에 의문을 가지게 됐고,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불신을 갖게 됐다. 정경유착 병폐가 현재진행형이었다는 충격으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 이재용 구속 후, 삼성 흔들림 없어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은 더욱 길어지게 됐다. 또한 삼성의 최고 엘리트이자 컨트롤타워로 통하던 전략기획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도 법정구속 됐다.

일각에선 이들의 공백이 삼성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부재는 위기가 아닌 기회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이는 최근 사례를 통해 가장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월 17일 두 번째 구속영장을 통해 구속수감 됐다. 이후 삼성은 위기는커녕 연이어 놀라운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주식시장 역시 삼성전자를 필두로 연신 새 고지를 점령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과 국가경제 모두 흔들리지 않았고,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이 흔들린 것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한 시점부터다. 메르스사태, 갤럭시노트7 폭발 문제 등이 연이어 터졌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는 그 정점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존재는 삼성에게 리스크에 더 가까웠다.

최지성, 장충기 등이 속했던 미래전략실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상태지만, 삼성 계열사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각 계열사와 일반 임직원들이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사이, 온갖 불법을 저지르며 삼성을 위기로 몰고 간 것은 미래전략실이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삼성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다. 비정상과 결별하고 도덕성을 되찾는 길이며, 진정한 초일류기업으로 등극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다.

물론 아직 2심과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남아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재용 부회장 측은 더 이상 ‘총수 공백’을 호소할 수 없게 됐다. 지난 6개월이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다. ‘총수 공백’을 호소하다보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재판 내내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고, 최지성 부회장 등이 모든 일을 알아서 다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허수아비였음을 인정한 것인데, 허수아비가 없다고 위기가 찾아오진 않는다.

삼성의 각 계열사엔 유능한 인재가 넘쳐난다. 이제 그들의 역량이 더욱 십분 발휘될 수 있는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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