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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뉴스
[대포통장 전쟁②] 깐깐한 통장개설에 애먼 소비자만 피해
2017. 10. 08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통장 개설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일부 금융소비자들의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부 김미영(가명) 씨는 은행에 통장을 개설하려고 갔다가 헛걸음을 한 채 돌아왔다. 이것저것 까다로운 증빙 서류를 요구하는 통에 결국 빈손으로 은행 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 증빙서류를 지참해 몇 차례나 은행을 오고가야 했던 김씨는 “통장 하나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다”며 한숨을 토해냈다.

◇ 통장개설 문턱만 높이면 그만?… 애꿎은 금융소비자만 불편

대포통장 근절 대책에 따라 통장 개설 절차는 매우 까다로워졌다. 이전에는 신규 통장을 만들려면 신분증만 지참하면 됐지만 2015년부터는 개설 목적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 제출이 의무화됐다. 이 때문에 소득 증명 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대학생, 주부, 노인 등은 통장 개설에 불편이 커졌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은행을 찾았다가는 퇴짜를 맞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깐깐한 통장 개설 심사 제도를 두고 금융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려왔다.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나, 선량한 소비자까지 불편을 겪는 것이 합당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 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금융거래 한도계좌’ 제도가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도계좌는 거래목적을 증빙하지 않아도 되지만 계좌 한도가 소액으로 제한되는 불편이 있다. 한도계좌는 창구거래는 1일 100만원까지, 자동화기기(ATM)와 전자금융은 30만원까지 인출 및 이체가 제한된다.

금융소비자단체 전문가들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금융사기 범죄 수법을 고려하면, 통장개설 심사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대책도 미봉책이 그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고도화 노력 필요”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능적인 사기꾼은 위조 증명 서류를 만들어서 얼마든지 통장 심사 규제망을 피해갈 수 있다”며 “통장 개설만 까다롭게 한다고 범죄를 획기적으로 근절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되레 일반 선량한 고객들만이 피해를 볼 뿐이다. 고객 불편을 최소화면서도 보다 세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밀한 이상거래 탐지 추적시스템 구축도 대책으로 거론됐다. 조 대표는 “많은 금융사들이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을 갖추고 있지만 각종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사기 범죄를 잡아내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기존 거래와 다른 이상 거래가 발생했을 때, 세밀하게 잡아낼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에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도 현 통장 개설 심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모바일 금융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시장 환경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탓이다. 올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은 빠른 통장 개설 절차의 편의성을 앞세워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대포통장 근절과 고객 서비스 편의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