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갑질’에 대해 과징금 208억원의 철퇴를 내리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오랜 세월 문제가 제기돼온 조선업계의 불공정 관행에 비로소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이 불복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조직적 조사 방해에도 과태료 부과
공정위는 지난 18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현대중공업(현재는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분할)에 2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컴퓨터를 빼돌리는 등 증거를 인멸하며 조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회사와 해당 직원에 대해 총 1억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7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 4만8,529건의 작업을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제때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계약서를 먼저 쓴 뒤 작업을 실시하는 게 정상적인 수순이지만, 현대중공업은 작업이 시작된 지 평균 9.4일이 지나서야 계약서를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한 경우엔 무려 416일이 지나서야 계약서가 발급됐다.
계약서에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과 대금 등 중요한 내용이 담겼다. 즉, 하도급 업체는 이러한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작업 먼저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단가 후려치기’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선박 엔진을 납품하는 사외 하도급 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일률적인 단가 10% 인하를 요구하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48개 하도급 업체가 실제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한 것은 물론, 이듬해 이뤄진 9만여건의 발주에서 하도급 대금이 약 51억원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조직적인 증거인멸 또한 큰 충격을 안겨준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조사 직전 관련부서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273개와 컴퓨터 101대를 교체하고, 주요 자료를 사내망 공유폴더와 외장하드디스크에 숨겨놓았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교체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및 외장하드디스크를 제출하라는 공정위의 요구를 거부하며 이를 폐기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행태는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로 나눈 대화를 통해 드러났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이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으나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뒤집혔었다. 또한 오랜 세월 문제가 제기돼온 조선업계의 ‘하도급 갑질’ 관행에 본격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정위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조선업계에 추가 ‘철퇴’가 내려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한편, 공정위의 이 같은 처분과 관련해 현대중공업 측은 불복의사를 나타내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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