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이 지난해에도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뉴시스
유치원 3법이 지난해에도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민적 공분과 거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사립유치원 사태’의 대책을 담은 이른바 ‘유치원 3법’이 2019년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정치권이 격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답답함만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 패스트트랙 무색… 해 넘긴 유치원 3법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치원 3법은 지난해 연말 국회 파행 국면 속에 결국 연내 통과가 무산됐다. 유치원 3법은 20대 국회 첫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됐음에도 선거법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밀려 해를 넘기는 신세가 됐다.

유치원 3법의 시발점은 2018년 10월 불거진 ‘사립유치원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용진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비리 실태를 공개했고, 이는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교비를 사적으로 유용하며 심지어 성인용품과 명품가방을 구입하는데 쓰기도 한 실태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분노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에 맞선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은 거세게 반발하며 휴원과 폐원, 장외집회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유치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사유재산권을 인정해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유치원은 이렇게 사회적 논란 및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됐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립유치원 사태와 관련해 정부·여당의 의지는 확고했다. 사립유치원이 그동안 관리 및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각종 비리로 물들었다는 문제의식 속에 관리·감시 및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우선 실시할 수 있는 조치부터 실행에 옮겼고, 이와 함께 법 개정안 마련도 진행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한유총 편에 서면서 법 개정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2018년 10월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치원 3법 원안은 자유한국당에 발목을 잡혀 그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바른미래당과 함께 유치원 3법을 패스스트랙으로 지정하며 맞불을 놨다. 이때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원안이 아닌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중재안이었다. 중재안에선 누리과정 지원금을 국고보조금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제외됐다.

이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여론이 차츰 식어간 가운데, 유치원 3법 처리는 ‘패스스트랙’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더디게 진행됐다. 교육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 등 총 330일의 패스트트랙 기간을 모두 채우면서도 논의 한 번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그 사이 한유총은 개학연기 투쟁을 벌이며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의 해산 조치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해산절차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박용진 의원이 학부모 및 어린이들과 함께 유치원 3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26일 박용진 의원이 학부모 및 어린이들과 함께 유치원 3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새해 법안 통과 가능성도 ‘먹구름’

그렇게 많은 우여곡절과 논란을 거쳐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1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됐지만, 이번엔 정쟁의 소용돌이를 마주해야 했다. 국회는 예산안, 선거법, 공수처법 등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필리버스터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치원 3법은 번번이 뒷전으로 밀려나며 결국 연내 처리가 불발되고 말았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 또한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초 임시국회를 통해 해를 넘긴 법안들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유치원 3법의 처리순서는 이번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안 뒤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 통과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유치원 3법에 대한 입장 차도 크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설사 법안 처리가 이뤄진다 해도 의결정족수 미달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끝났고 총선이 임박한 만큼, 20대 국회 내에서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처럼 유치원 3법이 갈 길을 잃은 가운데, 학부모들은 희망고문에 지쳐 답답함만 커지고 있다. 사립유치원 사태가 불거지고 난 뒤 어느덧 두 번째 개학 시즌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관련 법안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사립유치원 비리 실태는 계속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해 국감을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은 859곳이었다. 비리 금액은 422억원에 달한다. 이는 그 이전 5년 동안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의 비리 금액 382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마지막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를 넘긴 '유치원3법'에 대한 입장문’을 올려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어찌보면 어이없고 어찌보면 참담한 심정”이라며 “지난해 당장이라도 통과될 것 같던 유치원 3법이 결국 해를 넘겨 2020년으로 미뤄진다는 사실에 황당하면서도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치원 3법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그는 “문희상 국회의장님께 호소 드립니다. 유치원3법을 본회의 앞쪽 순서에 상정해주십시오.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님들께 호소 드립니다. 유치원3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본회의장을 지켜주시고, 통과를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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