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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두고 좌우진영 내 엇갈린 목소리
기본소득 두고 좌우진영 내 엇갈린 목소리
  • 권신구 기자
  • 승인 2020.06.08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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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월 17일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인의 시비 앞에서 4.15 총선에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월 17일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인의 시비 앞에서 4.15 총선에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그간 보수정당에서 기피했던 기본소득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자중지란도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보수 진영 내에서는 ‘자유가치의 훼손’이라고 지적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기본소득이 이념대결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진보진영에서 이에 반박하고 나섰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8일 기본소득 논의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논의 되고 있는 기본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된 기본소득 논의에 부정적 기류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기본소득 불가론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기본소득제가 실시되려면 세금이 파격적으로 인상되는 것을 국민들이 수용해야 되고 지금의 복지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며 “스위스 국민들이 왜 국민 77% 반대로 부결시켰는지 알아나 보고 주장들 하시는지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기본소득 색깔론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차명진 전 미래통합당 후보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선거용으로 돈을 풀기는 해야겠는데 그냥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사회주의라고 욕 할 테니 ‘재난’이라는 글자로 덮은 것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홍 의원은 기본소득 논의가 김종인 위원장의 입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경계의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보수의 탈바꿈을 강조하며 김 위원장이 보낸 시그널이 자칫 보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보칙에 불과한 경제 민주화가 헌법상 원칙인 자유시장 경제를 제치고 원칙 인양 행세하던 시절이 있었다”라며 직접적으로 김 위원장을 겨냥하고 나섰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공약을 설계한 김 위원장은 이후 경제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이러한 기류는 비단 홍 의원뿐만이 아니다. 다른 보수 인사들 역시 김 위원장의 행보를 경계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 보수 정치가 실패했다”며 “보수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 또한 “김 위원장은 빵을 살 수 있는 자유를 실질적 자유로 규정했다”며 “자유의 가치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속물적 가치로 평가절하한 것”이라며 기본소득을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보수 진영의 자중지란 속에서 기본소득 자체가 공격을 받는 모양새에 진보 진영은 이를 급하게 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렵게 수면위로 올라온 기본소득 논의가 진영논리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정의당은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색깔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회주의 배급제라는 표현을 접하는 순간 국민들 입장에서는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의 낙후한 모습을 떠올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진지한 논의가 아니라 ‘자유시장주의냐, 사회주의냐’라는 전혀 뜬금없는 이념논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이후 전체적으로 산업 재편 등 소득을 상실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논의가 좌우 논쟁으로 굳혀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여권 내에서도 기본소득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의견이 공존하는 것은 물론, 여론조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6%는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한 반면, 42.8%는 이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

여권 내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와 관련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역시 이날 기본소득 논의에는 찬성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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