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기대를 받던 토종 OTT '웨이브'가 맥을 못추고 있다. 웨이브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11월 대비 13.9%나 감소했다. 반면 경쟁자인 넷플릭스는 월간 이용자 수는 1년간 2배 넘게 증가해 7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픽사베이·그래픽=시사위크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시장에 글로벌 대형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기세가 매섭다. 지난 2016년 국내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OTT가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지난 2018년부터 이용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토종 OTT ‘웨이브(WAVVE)’는 오히려 이용자 수가 줄어들면서 흔들리는 상황이다. 웨이브는 KBS, SBS,  MBC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을 운영하던 ‘POOQ’ 서비스와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에서 운영하던 ‘옥수수’를 합쳐 만들어진 OTT서비스다. 

지상파의 대중적인 콘텐츠와 접근성 등을 무기를 장착한 웨이브는 출시 초기에만 해도 국내 OTT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이용자 수가 급감하면서 넷플릭스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이유가 뭘까. 

◇ 넷플릭스 앞질렀던 웨이브, ‘서비스 오류’에 발목  

사실 처음부터 웨이브가 넷플릭스에 크게 뒤처진 것은 아니다. 서비스 초기에는 오히려 넷플릭스를 앞지르기도 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웨이브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264만171명이다. 동 기간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217만2,982명로 웨이브에 밀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정이 변했다. 17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웨이브의 월간 이용자 수는 402만3,722만명이다. 다음 달인 12월 월간 이용자 수는 352만3,151명으로 전월 대비 12.4%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회복되지 못해 올해 5월 기준 웨이브의 월간 이용자 수는 346만4,57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대비 13.9% 감소한 수치다.

반면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수는 지난해 12월 387만6,604명으로 9월 대비 약 43% 급증하면서 웨이브를 추월했다.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한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올해 5월 637만4,010만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진 웨이브는 현재 2위 자리조차 위협받고 있다. CJ ENM과 JTBC가 합작으로 출범한 OTT서비스 ‘티빙(TVING)’에게도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추세다. 지난해 5월 월간 이용자 수가 124만5,217명이었던 티빙은 올해 254만2,374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년 만에 웨이브와의 격차가 90만명 안팎으로 좁혀졌다.

웨이브가 홈그라운드에서조차 넷플릭스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주된 원인으로는 잦은 서비스 오류다. 실제로 웨이브의 서비스 오류는 하루이틀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웨이브는 출범을 시작한지 초기였던 지난 9월 20일에 1분 미리보기 서비스에 장애가 생겨 긴급 대응을 한 바 있다.

이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0월 5일에는 약 2시간 가량 접속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때 불만이 폭발한 이용자들의 구글 스토어 별점 테러에 웨이브 앱 평가점수는 1.8점(5점 만점)까지 추락했다.

이외에도 올해 5월 업데이트 이후 웨이브 앱(App)실행 시 강제종료가 되거나 로딩 시간이 1시간이 넘어가는 자잘한 오류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편이 지속되면서 구글 스토어의 웨이브 앱의 이용자 평가 점수는 3.1점에 그치고 있다. 넷플릭스가 4.5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다.

한 웨이브 이용자는 구글 스토어 리뷰에서 “웨이브에 접속할 때는 3~4번을 들어갔다 나왔다 해야 앱 접속이 되고 그냥 기다리면 로고만 뜨는 화면이 계속 유지된다”며 “다른 프로그램을 보거나 처음부터 시청하려고 할 경우 로딩시간이 1시간 넘어 너무 불편해 환불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중무장한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웨이브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토종OTT의 미래도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중무장한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웨이브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토종OTT의 미래도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 콘텐츠 부족도 고질적 문제… 전문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해야”

지속적으로 지적됐던 콘텐츠 부족도 웨이브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독점 콘텐츠는 OTT 플랫폼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독점 콘텐츠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넷플릭스도 콘텐츠 확보에 올해만 22조원을 쏟아 부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헐리우드 영화, 해외 대작 드라마 등을 앞세운 대형 글로벌 콘텐츠를 앞세워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춰 ‘킹덤’ ‘인간수업’ 등 한국산 오리지털 콘텐츠 신작까지 빠르게 추가하고 있다.

반면 웨이브의 새로운 독점 콘텐츠 확보는 매우 더딘 상황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출범과 함께 오는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에는 600억원을 투자해 8편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종영한 KBS제작 ‘녹두전’과 올해 5월 ‘꼰대인턴’을 제외하면 자체 제작된 콘텐츠는 없는 실정이다. 물론 넷플릭스에 비해 자금적 여유가 부족한 점은 고려해야 하지만, 결국 콘텐츠가 부족하다면 이용자들이 다른 OTT로 이동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용자들은 이미 지상파 방송에서 등장했던 포맷을 그대로 사용한 콘텐츠들이 줄을 이어 식상하다고 평가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대형 OTT플랫폼이 성공을 거둔 것은 이전에 없었던 신선하고 자극적인 콘텐츠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부작용 역시 존재하지만, 이미 자극적인 맛을 본 이용자들은 기존에 본 듯하고 뻔한 내용의 웨이브의 콘텐츠에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국내 드라마, 영화에 관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한 넷플릭스 이용자는 “웨이브가 넷플릭스에 밀리는 것은 뻔한 결과였다”며 “어디서 한 번쯤 봤던 뻔한 내용의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이 대다수고 새로운 콘텐츠가 없어 구독을 끊고 넷플릭스로 갈아탔다”고 밝혔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OTT, 생존을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보고서를 통해 “미디어 플랫폼 사업의 본질은 내 가입자를 뺏기지 않고 남의 가입자를 모셔오는 아주 단순한 경쟁”이라며 “시장 초기에는 가격이나 서비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플랫폼 경쟁을 할 수 없고, 남의 플랫폼 가입자를 내가 뺏어올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며 “경쟁사업자들과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한 다는 숙제의 답이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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