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모처럼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철옹성 같았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약 4개월 만에 넘어섰지만, 결과를 놓고 당 일각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자력으로 얻어낸 성과라기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극한 대립 등 정부여당 악재에 기인한 반사효과라는 시각에서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각되는 것도 국민의힘 입장에서 답답한 대목이다. 당내 대권 의지를 밝힌 인사들은 여럿 있지만 확실한 두각을 보이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4개월 만에 민주당 눌렀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11월)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 1,508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3.3%p 오른 31.2%였고, 민주당은 전주 대비 5.2%p 내린 28.9%로 집계됐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달 24일부터 불거진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관련 이슈가 지지율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지른 것은 지난 8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같은 여론조사 기준 8월 2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36.5%, 민주당은 33.4%로 집계된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이 계속해서 앞서다 ‘추-윤 이슈’로 재차 일격을 허용한 셈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보다 앞서 고무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마냥 호재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모양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지지율 변동에 대해 “요즘 정부여당 행태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부동산 정책이니 세금이니 해서 국민들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최근 벌어진 윤 총장에 대한 핍박을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이 특별히 좋은 모습을 보여 민심이 반응했다기보다 정부여당 악수(惡手)에 따른 지지층 이탈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관계자도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 당이 지난 번(8월)에도 (지지율) 1위를 했지만 다시 2위가 됐고 몇개월 동안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섣부른 판단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윤 총장 그늘에 가려지지 않도록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야당의 본분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소집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고.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소집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고.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유력 대권주자 절실

'추-윤 이슈'가 정국을 휩쓸고, 윤 총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급등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상대적으로 제1야당의 존재감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이미지를 등에 업은 윤 총장의 존재가 대여(對與)투쟁 선봉에 서야 할 국민의힘의 위치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전날(2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과 검찰당(黨)의 대립구도에서 야당은 증발했다”며 국민의힘을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나라 운영이 검찰이 전부가 아닐진데 자고 일어나면 추의 못된 짓과 윤의 저항만이 유일한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며 “자업자득이지만 무기력한 야당을 대신해 투쟁하는 윤석열 검찰당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실제 윤 총장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야권 주자들을 누르고 여권 인사들과 겨루고 있는 형국이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4.5%로 가장 많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는 각각 22.5%와 19.1%로 뒤를 이었다.

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5.6%,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5%,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7%,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2.4%, 정세균 국무총리가 2.0%를 얻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인사 중 오 전 시장과 유 전 의원이 순위권에 들긴 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 성적이다.

더구나 다른 여론조사 등을 통해서도 윤 총장과 여권의 이 대표·이 경기지사가 각축전을 벌이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윤 총장이나 여권 주자들과 비교해 눈에 띄는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차기 대선는 내후년(2022년) 예정됐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내년 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대선이 가시권에 접어드는 만큼 마냥 손을 놓고 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여야 주자간 주도권 문제도 걸려 내부 분발이 더욱 요구되는 분위기다. 가까스로 확보한 정당 지지율 1위를 굳히고,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야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유력 대권주자가 등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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