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안건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한 최고위원들이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참석하며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불거졌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전날(1일)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모은 만큼 향후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인데, 당내 반발도 거세다. 특히 이번 의결에 나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당내 분란도 격화될 전망이다.

2일 국민의힘은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당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재적 7명 중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4명이 참여해 의결 정족수를 채웠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위는 3일 전 공고해야 한다”며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 늦어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갖고 전국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비대위 전환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당내에선 이르면 오는 5일 상임전국위‧전국위를 개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확정된 건 아니고 가능한 선에서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실무적으로 문제가 없는 ‘완벽한 전국위’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위 개최를 위한 후속 절차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우선 상임전국위원회에 현재 당내 상황을 ‘비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당헌‧당규 유권해석을 맡기는 것은 물론 전국위원회 개최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비대위원장 임명 문제도 중요 사안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추천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수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고위 의결에 당내선 ‘위장 사퇴’ 반발

국민의힘이 이날 최고위 의결을 통해 ‘조속한 비대위 전환’을 본격화했지만, 이에 따른 당내 반발도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당의 이번 비대위 전환이 사실상 ‘이준석 쫓아내기’라고 보는 ‘친(親) 이준석’ 인사들은 이날 최고위의 전국위 안건 의결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이번 최고위 의결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파고들었다. 최고위원직 사의를 표한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이번 의결에 참여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무엇이 급한지 우리는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날을 세웠고, 김용태 최고위원도 검수완박 국면서 민형배 당시 민주당 의원의 ‘위장 탈당’을 거론하며 “우리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사퇴’ 쇼를 목도하게 되니 환멸이 느껴질 따름”이라고 쏘아붙였다.

물론 당 내에서는 비대위 전환을 위한 절차들이 남은 만큼 이러한 과정이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으면 법률상으로는 사퇴된 것이 아니다″라며 ″비대위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최고위의 최소 기능은 유지해야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대위가 구성되면 물러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라며 ″말꼬리 잡듯이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로 전환될 경우 사실상 복귀의 길이 막히는 이 대표 역시 이에 대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그는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배 최고위원을 정조준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라고 7월 29일에 육성으로 말한 분이 표결 정족수가 부족하다고 8월 2일에 표결한다”며 “물론 반지의 제왕에도 언데드가 나온다. 절대 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비꼬았다. 

이런 상황에서 권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도 끊이질 않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미 만신창이가 돼 당을 이끌어 갈 동력을 상실한 지도부라면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원내대표를 다시 선출해서 새 원내대표에게 지도부 구성권을 일임해 당 대표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법적 분쟁 없는 상식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왜 자꾸 꼼수로 돌파하려고 하는지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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