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종로구 동원경로당 무더위쉼터를 방문해 폭염 대비 간담회 전 어르신들과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종로구 동원경로당 무더위쉼터를 방문해 폭염 대비 간담회 전 어르신들과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노인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적극 이용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인 비하가 이번만이 아니라며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전국 경로당에 대한 냉방비 지원 등 노인층을 위한 정책도 내놓았다.

3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인 비하 발언과 관련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논란이 불거진 후 4일 만에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여당은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자리보전용 사과에 누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청년좌담회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아들의 말을 인용해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는가”라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여기에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발언에 동조하고 나서며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양이 의원이 곧장 사과에 나섰지만, 비판을 잠재우진 못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민주당을 겨냥 “패륜당”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도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태가 악화된 데 대해 당 지도부 차원에서 진화에 나섰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 세대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당장 여론조사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노인 세대의 불만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70대 이상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7월 3주) 대비 6%p(퍼센트포인트) 떨어진 11%를 기록했다. 60대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직전 조사에 비해 9%p 상승한 54%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차별화 전략’ 꺼내든 국민의힘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으로선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노인 비하 사례가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을 공략하면서다.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정동영 전 의원이 “60대 이상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언급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50대가 되면 멍청해진다’, 천정배 전 의원의 ‘노인들은 곧 돌아가실 분’ 등 발언도 꺼내 들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노인 비하 발언의 역사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라고 꼬집었다. 

비단 공세에만 그치지 않았다. 노인층을 겨냥한 실질적인 정책에도 힘을 실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숭인동 경로당을 방문해 냉방비 지원을 약속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을 만나 “정치적 의미를 갖고 방문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의 대한노인회 방문과 맞물려 진행된 일정이란 점에서 차별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정은 6만8,000여개 전국 경로당을 대상으로 각 10만원씩 정부가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윤 원내대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면서 “내년도 예산에 담을 수 있는 건 담고 어르신들이 쾌적하게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더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68억원이라는 예산과 관련해서 윤 원내대표는 “폭염도 재난으로 분류를 하고 있어 예산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일률적으로 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책임론도 꺼내 들었다. 이번 설화와 관련해 민주당의 사후 대처를 지적함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오불관언(吾不關焉‧나는 상관하지 않음)”이라며 “상대의 작은 티끌에도 징계, 파면, 윤리위 회부, 탄핵을 부르짖던 그 호기로움은 어디로 사라졌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같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벌써 중징계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전국지표조사 리포트 제102호 (2023년 8월 1주)
(http://nbsurvey.kr/archives/5706)
2023.08.03. 전국지표조사(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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